아무래도 산악회와 나는 어떤 코드가 어긋나 있는 것 같다.
꼼지락대다가 산악회 버스를 놓쳐 당산역까지 택시타고 가서 따라잡기를 몇번......
좀 일찍 서둘러서 나가야지 하면 또 산악회 버스가 늦어 지난번 태백산 산행때도
겨울바람 속에서 40분을 떨며 기다렸었다.
이번엔 오랜만에 함께 한다는 봄산행에의 설레임 때문인지
간밤에 영 잠이 안와 잠을 설치다가 일찌감치 일어나 준비하고 나가서 기다렸다.
그런데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영 차가 안온다.
같이 가기로 약속했던 공주와 계속 통화하며 기다린다.
공주한테서 전화오기를 당산역까지 택시타고 오랬다고
가다가 하이웨이 주요소 앞에서 언니 태워가지고 갈테니까 기다리란다.
듣자하니 회장님께서 10분정도 늦어 약속된 장소에 가보니
예약했던 버스가 없어 전화해봐도 전화기가 꺼져 있어 연락이 안됐다 한다.
그래서 그 아침에 부랴부랴 다른 버스를 수배해 이렇게 급히 대체하게 됐단다.
하필이면 따뜻하던 날씨가 꽃샘추위인지 오늘따라 왜 그리 추운지...
아무튼 정신없이 서둘러 준비한 회장님의 노력으로 예정보다 40여분 늦은 시간에
버스는 당산역을 출발해 충남 청양의 칠갑산으로 향했다.
날씨는 서늘하고 바람도 불지만 하늘은 티하나 없이 깨끗하다.
벚꽃이 피어 있는 오솔길을 따라 산행하며 어렵지 않고 완만한 코스에
산행이 아닌 봄나들이 나온 기분이 든다.
햇볕은 기분좋을 만큼 따스하고,
군데군데 수줍은듯 피어있는 진달래의 연분홍 색이 정겹고 예쁘다.
다투어 피어나는 봄꽃들의 화사함과 연두색으로 싱그럽게 피어나는 나뭇잎들,
그들이 이루어내는 봄의 조화에 아름답고 엷은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지금이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때가 아닌가 싶다.
막 깨어나기 시작하는 계절의 숨결을 따라 눈부실만큼 아름답게 생동하는 봄의 색깔...
산의 구비를 돌 때마다 어느 곳은 햇살이 그득하고, 어느 곳은 바람이 세차다.
바람이 불라치면 봄볕에 몸을 맡기던 나무들이 자기네끼리 살을 부비며 높이 울어댄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마음까지 파랗게 물들일 정도로 더할수 없이 맑고 파랗다.
탁한 서울 하늘에선 볼수 없는 청명함에 가슴속이 다 시원해진다.
정상 아래 바람을 피해 양지바른 곳에서 나누어준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는다.
끼리끼리 모여 앉아 가지고 온 반찬을 내 놓으며 입가심으로 과일까지 맛있게 먹고
하산하기 시작한다.
여기에서 3형제봉을 거쳐 하산하느냐, 장곡사 쪽으로 하산하느냐로 의견이 엇갈리다
결국은 두 팀으로 나뉘어져 나는 장곡사 쪽으로 하산했다.
깎아지른 듯한 골짜기 위로 바윗돌이 거칠게 박혀 있는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며
여유 속에 천천히 산세를 감상한다.
아늑하도록 감싸 안긴 골짜기에 길게 자란 나무들 사이를 행복한 기분에 젖어 걷는다.
근 스무해를 낳고 자란 고향 땅에서 사는 동안은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산들...
더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에야 여러 산들을 다니며
이렇게 고향 가까운 산을 오를 수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천년고찰인 장곡사에 잠시 들러 자판기에서 향긋한 커피 한잔을 뽑아 마신다.
통일신라 시대에 지어졌다는 절터 주변으로 대나무가 그득하다.
어떤 것은 파란 색깔인데 반 이상이 누렇게 말라 있어 웬 일일까 싶어졌다.
대나무가 죽으면 그 해에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데 걱정이 됨은 왜일까.
처마 끝에 매달려 바람결에 흔들리며 울어대는 풍경소리가 커피향 속에서 더욱 그윽하다.
장곡사 밑으로 주차장까지 쭈욱 걸어내려오며 발밑에 보이는 야생화에 눈길이 간다.
지천으로 피어있는 제비꽃, 갈퀴현호색, 개불알꽃, 광대풀 그외 이름모를
어여쁘고 귀여운 꽃들이 눈을 맞추자 생글 웃으며 반긴다.
내 닉네임이 풀꽃향인건 어찌 알고...^^
주차장 주변 공원처럼 꾸며진 곳에서는 수많은 장승들이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안동하회부네 등등 셀수도 없는 많은 이름으로 늘어서 있다.
회원들이 잔디밭에 모여 머릿고기에 소주 한잔씩 따라주며 정담을 나누고
4시 30분쯤 귀향길에 오른다.
모처럼 오른 산행길에서 봄볕에 노곤했던지라 나도 잠에 빠져들고
대부분 잠이 든채 저녁 8시쯤 집에 도착한다.
깊어가는 봄의 꽃잎들이 바람에 눈송이처럼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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