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여행기, 풍경

마니산에서 제9회 등우시산제를 지내고 왔어요

바이올렛~ 2006. 2. 14. 16:21

마니산에서 제9회 등우시산제를 지내고 왔어요

 

음력으로 정월 대보름인 2월 둘째주, 마니산에서 등우산악회 제9회 시산제를 지냈다.

설날부터 영 몸 상태가 안 좋아 어쩔까 망설이다 한번도 참석해보지 않은 시산제에 대한

호기심도 있고 앞으로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위해서 어떡하든 참석하기로 했다.

그래서 뒤늦게 신청, 1호차엔 이미 좌석이 찼고 2호차로 배정이 돼 단군의 신성이 깃든

마니산으로 향했다.

 

날씨는 봄날같이 포근해 우려했던 컨디션이 날씨처럼 부드럽게 풀려 산행을 하는데

아무런 두려움을 주지 않는다.

정수사 입구에 도착해 차에서 내려 산 중턱에 자리를 펴고 돼지머리와 고사떡을 놓고

올 한해 등우산방인들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시산제가 시작됐다.

웃고 있는 돼지머리에 돈을 꽂고 회장님의 절을 시작으로 수석 등반대장님인 산다람쥐님,

늘푸른대장님과 칼라 부대장님의 절이 이어졌다.

그리고 연장자 순으로 삼삼오오 모여서 절을 한 뒤 마지막에 운영진끼리 한자리에 무릎꿇고

앉아 김송복님의 낭독으로 축문을 읽는다.

왠지 경건하고 숙연한 분위기를 내면서도 떠들썩한게 잔칫집에 온 냥 마음이 들뜬다.

막걸리에 안주삼아 먹는 갓 찌어 온 따끈한 팥시루떡과 과일, 나물들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시산제를 지내고 드디어 산행 시작...

나른하게 퍼져 들어오는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올려다본 하늘이 더할수 없이 깨끗하다.

마음 속 찌든 때를 말끔히 씻겨내기라도 할듯 맑고 파란 하늘, 나무사이로 보이는 푸른 빛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사는데서 멀지 않은 곳이기에 강화쪽은 자주 가보는데 마니산을 올라보긴 처음이다.

단군이 천제를 지내던 곳이라 전해지는만큼 기가 센 산이라 하여 정치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어떤 중요한 일에 당면하거나 선거가 있을때면 기를 받으러 마니산에 오른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렇게 생각해선지 아프던 것도 스르르 낳는 듯 싶은 기분이다.

산을 이루는 주요 수종인 떡갈나무 숲에 몇마리 이름 모를 새들이 귀여운 모습으로 종종거리며

날라다니는게 보인다.

469m밖에 안되는 높이지만 암릉으로 이어져 장엄한 모습을 보이는 정상에서 내려다본

시가지와 평야가 장쾌해 보인다.

이런 풍경속에 있을 때면 으례 느껴지는 행복감이 가슴을 파고 든다.

 

정상을 지나고 참성단 못미쳐 아늑한 곳에 자리를 잡고 간식시간을 갖는다.

뭐가 그리 바쁜지 마음과 몸의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빈 배낭만 지고 갔었는데 미래사랑님과

백호님이 오곡밥에 라면 넣은 김치찌개까지 끓여 같이 포식한다.

감자님이 등우산악회 와서 가장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 지목한 미래사랑님은 내일 모레가

발렌타인데이라 하여 손수 만든 초코렛을 예쁘게 포장해 와 회장님과 늘푸른대장님,

스마일님, 백호님한테 선물했다 한다.

부러워서 나는 왜 안주냐 하니 남자만 주는 날이라 안된단다.

그럼 나 남자할래, 했더니 공주하고 똑같은 말 한다고 웃는다.

마음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오르는 산, 그리고 함께 먹는 음식...

산행을 하면서 덤으로 얻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참성단에 모여 단체 사진을 찍는다.

좀더 좋은 모습을 담아내고자 벼랑 끝에서 사진 찍는 늘푸른님의 모습이 자꾸 마음을

졸이게 하며 얼른 끝냈으면 싶어진다.

보는 사람의 가슴을 콩닥거리게 하는 모습이지만 알아줘야 될 열정에 어떤 감동까지

느껴진다.

밋밋하지 않은 바위 산을 로프도 잡고 바위도 잡아가면서 무사히 하산해 화도초등학교 쪽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후 네시가 가까와져 있다.

시산제를 지낸 날인만큼 특별히 마련한 등갈비와 삼겹살구이에 소주 잔이 오간다.

김치찌개에 따끈한 밥을 말아먹으며 정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펼쳐진 도봉님의 리싸이틀,

사람들이 왜 도봉님 도봉님 하나 궁금했었는데 오늘 그 실체를 보고는 확실히 이해가 된다.

내가 농담으로 도봉언니라 부를만큼 여자같은 간드러진 목소리로 장난스럽게 꾸며 부르는

노래와 흥에 못이겨 추는 춤이 가히 주변 좌석을 뒤집어지게 만든다.

나는 웃다가 김치찌개 국물에 사레가 들릴 뻔했다.

 

웃고 즐거워하는 가운데 모든 시산제와 산행 일정을 마치고 귀가길에 오른다.

아직 어둡지 않은 시간이라 차창밖으로 보이는 정월 대보름달이 희미하게 떠 있다.

둥그런 달을 보며 개인적인 마음 속 소망 몇가지를 빌어본다.

그리고 울 등우님들의 건강과 무탈한 산행을 기원하며 하루를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