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계획을 잘 못 세웠음인지 신년 들어 첫 산행에서부터 지각하는 일이 벌어졌다.
하이웨이주유소에 7시 55분 전까지 나가 있어야 되는 걸
어찌어찌하다 늦어져 서두르고 있는데 50분쯤 울리는 전화, 공주한테서다.
"언니 어디야?"
"아직 집인데, 막 나가려구..."
"내가 못살아. 여태 집에 있으면 어떡해애~ 지금 차가 지나 가구 있는데에~"
오잉? 뭐라 뭐라 옆에서 시끄러운 소리, 회장님이 당산역으로 오라 하셨단다.
배낭도 반쯤만 걸치고 막 뛰어나가 택시타고 당산역으로!!!
신호도 무시하고 달려준 택시 덕에 간신히 당산역에 도착하니 낯익은 얼굴들이 다수 눈에 띈다.
스마일님의 친구들인 도봉님, 강돌님, 또 다른 친구와 후배들 그리고 미래사랑님, 김양희님...
멋쩍은 웃음과 함께 반가운 인사를 나누자마자 버스가 도착, 충남 홍성의 용봉산으로 무사히 향할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산행 예약을 하신걸로 알기에 차 한대가 꽉 찼으려니 생각했는데
30여명의 인원밖에 안되는게 전날 토요산행팀과 나누어져서인 것 같다.
의례적인 행사로 회장님 인삿말과 대장님 산행안내,
추가적인 행사로 신임대장인 칼라님의 인사가 있은 후
나누어준 김밥과 국으로 아침 식사를 하며 11시 좀 못돼 용봉산 입구에 도착했다.
회장님의 구령으로 오랜만에 몸풀기 체조를 한후 등산 시작.
용봉초등, 미륵암(석불입상), 수석봉, 정상, 노적봉, 악귀봉, 용바위, 전망대, 수암산, 세림천...
심심치 않게 바위로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 오르며 주당멤버이자 등우산악회 골수 고참들의
입담이 자꾸만 눈가에 주름을 추가시킨다.
잡히는 주름에 신경쓰여 하는 내 속을 눈치라도 챈듯 오랜만에 오신 도봉님은
피부도 좋아지고 더 이뻐졌다며 추켜세워 주신다.
자기한테는 그런 소리 안해준다고 공주가 뾰루통하게 샘내는 척 한다.
추울줄 알았던 산은 맑은 날씨에 꽃이라도 피울듯 봄날 같이 따뜻하다.
갖가지 멋진 모양으로 바위가 늘어서 있는 산에 푸른 소나무가 아름답다.
소나무 푸른 이파리 사이로 보이는 티없이 맑고 파란 하늘,
포근한 햇살 속을 오르면서 축복받은 기분으로 마냥 행복해진다.
회장님 이하 몇분이 말씀해주신대로 산력이 많이 좋아졌음인지 별로 힘도 들지 않는게
이젠 즐기면서 산을 오를 수 있음에 마음 뿌듯해진다.
12시 좀 넘어 노적봉에서 간식시간이 주어졌다.
겨울산행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인 라면은 따뜻한 국물이 제격인게 언제 먹어도 맛있다.
사모님 음식솜씨를 자랑이라도 하듯 스마일님이 내놓는 반찬들은 종류도 많고 맛깔스러운게
푸짐하기가 이를데 없다.
자꾸 불어나는 허리 사이즈에 좀 덜 먹고자 하는데도 산에서는 잘 조절이 안되는 것 같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따뜻한 정을 나누며 간식을 마치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앞으로 걸으면서 보는 산이나, 얼마쯤 걷다가 뒤돌아보곤 하는 산세는
과연 충남의 금강산이라 불릴만큼 수려하고 아름답다.
우리가 정말 저 길을 지나온건가 싶게 우뚝 솟은 바위들과 어울린 소나무들의 조화,
그 위로 파랗게 드리워진 하늘, 화사하게 내리쬐는 햇살...
이쪽 골짜기 밑으로 잘 정돈된 너른 평야가 보이고 저쪽 골짜기 밑으로는 수덕사도 보인다.
녹지 않은 눈으로 미끄러운 곳이 있어 아이젠을 차고 좀 어렵다 싶으면 쉬어가고,
틈틈이 간식도 내어먹고, 멋있는 곳에선 사진도 찍어가면서 하산하니 3시 반쯤 지나 있다.
돼지고기와 콩나물 넣은 김치찌개에 밥 한그릇씩 말아 식사들을 하고
원하는 사람은 덕산 온천에서 목욕들을 하고 온다.
1시간밖에 남지 않은 시간으로 게으른 공주과 몇명은
오고가느라 시간 다 보낸다고 그냥 버스에 남아 있다.
그래도 아쉬워 공주와 나는 온천 화장실 가서 양치질하고
따뜻한 물에 손을 닦으면서 이빨과 손이라도 호강시켰다고 좋아한다.
고향이 서산이라 친정에 오가면서 가끔씩 온천에 들러 서울 오곤 했었는데
느껴지는 물의 감촉이 참 매끄럽다.
드디어 저물어가는 6시에 일정을 마치고 귀경길에 오른다.
피곤함으로 눈을 붙이며 오다가 서울 다 와 가면서 바라보는 야경의 아름다움에 시선을 빼앗긴다.
저멀리 강건너로 보이는 색색의 불빛에 보석을 뿌려놓은 듯 반짝이는 서울의 밤 거리, 황홀하다.
산에서, 버스에서 마실만큼 마셨을 법한데 당산역에서 주당팀들의 3차가 예정됐었나 보다.
백호님도 말씀하시고 감자님이 같이 내리자고 하는 걸 신년부터 술 끊었다고
잘 뿌리쳤는데 감자님 고집 대단하시다.
어떻게 하다 그 자리를 모면하려고 알았다 한게 코가 꿰어 공주와 함께 또 합류해 버린다.
열 몇명이서 당산역에 우르르 내려 굴다리를 지나 어느 삼겹살 집으로 들어가 소주 파티가 벌어졌다.
소주 한 잔으로 그 자리를 때우고 고기만 연신 상추쌈에 싸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강돌님이 말씀하시길 친구 두분이 등우산악회만 나오면 소풍이라도 가는 냥 설레어서
전날 잠을 못잔다고 한다.
그 말씀이 진짜인듯 김영태님은 첨에 한두번은 힘만 드는게 왜 산에 가는지 이해를 못했는데
지금은 산을 오르는데서 고통과 함께 희열을 느낀다고 말하신다.
골프도 몇년째 쳐보는데 산행의 매력에 푹 빠지셨단다.
내 경우가 그렇다.
또 한분 후배이신 돌석님은 산 정상에 올랐을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하신다.
옆에서 어떤 분이 자기도 그렇단다.
백호님도 여러 산악회 다녀봤지만 등우산악회만큼 재미있는 산악회가 없다 하시고
모든 사람이 다 등우산악회 참 편하고 재미있단다.
기분이 좋아 매주 나오시라고 한마디 하며 어깨가 으쓱해진다.
술이 거나해진 도봉님은 풀꽃향 이쁘다고 눈 뗄줄을 모르시넹? ㅎㅎㅎ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갈길들이 먼 관계로 자리를 떠 집으로 향한다.
이렇게 해서 등우산악회 10주년 첫 일요산행 즐겁고 무탈하게 잘 다녀왔습니다.
여섯분이 참석해주신 스마일님부대 감사드리고,
처음으로 같이 산행한 1대 총무님과 2대 총무님 반가웠습니다.
토요산악회를 다녀온 여독도 풀지 못하고 다시 나오신 어따대구님, 백호님, 회장님,
두분 대장님 정신력과 체력에 박수 보내며 존경스럽습니다.
나무뿌리에 걸려 다치실 뻔한 김양희님 별고 없으시길 바라고,
스포츠센터 관장님의 직업정신으로 약 발라주며 애쓰신 도봉님 감사드립니다.
언짢았던 기분을 풀고 '산사나이' 노래 가르쳐주신 띠웅님 고맙구요,
산행 같이 하며 더욱 즐거운 우정 나눈 미래사랑님, 코스모스님, 공주님 사랑해요.
모두들 용봉산의 따스한 정기로 1년을 행복하게 잘 지내시기 바라고
더욱 즐겁고 안전한 산행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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