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여행기, 풍경

[스크랩] 계방산을 오르며...

바이올렛~ 2006. 1. 16. 18:47
 

 

 

계방산은 강원도 홍천군 내면에 위치한 산으로 1577m의 높이이며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에 이어 남한에서 다섯번째로 높은 산이라 한다.

산행 안내에서 보았을땐 겨울산행의 최적지이고 그동안 내린 눈으로 해서 눈꽃이 볼만할거라 해 기대감에 전날부터 잠까지 설칠 정도였다.

그러나 버스 한대를 꽉 채운 40여명의 인원으로 10시 좀 넘어 계방산 입구에 도착해 산을 올랐을때 생각한 눈꽃은 보이지 않고 바닥에 쌓인 눈만이 아이젠 채운 우리들의 발밑에서 와사삭 부서지는 소리를 낸다. 북서풍 차가운 바람에 눈도 찰지게 얼었음일까, 무등산에서 밟던 감촉하고 느낌이 다르다. 무등산에서 밟던 눈은 부드러운듯 순하게 밟히었었는데 계방산 눈은 남성다운 기개까지 느껴지며 반항하듯 거칠게 밟힌다.

운두령→1,492봉→정상→남릉→1,210봉→노동리 아랫삼거리를 거치며 다섯시간 정도 산행하면서 보여지는 나무들도 다르고 기온도 다르고 길도 달라 다양한 생각들을 일으킨다.

처음 나무계단을 디디며 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흐린 날씨 속에 옷을 벗은 참나무 종류와 산죽이 우리를 맞는다. 계속 따뜻할거란 일기예보만 믿고 보온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었는데 추울것 같은 생각에 다소 걱정스러워졌다. 스틱을 잡고 올라가는 손이 장갑을 끼었는데도 계속 시리다.

 

 

정상으로 가까워지며 세차게 부는 바람이 쌓였던 눈을 휘감아 저만치서 눈보라를 일으킨다.

그렇지만 크게 춥지는 않고 나름대로 신비로운 기분마저 느끼게 한다.

눈꽃에 대한 기대감으로 나온건지 이 산악회  저 산악회 많은 산악회에서 온 사람들로 등산로가 정체되고 병목현상도 생기곤 한다.

정상 못미처 헬기장에서 간식타임을 가진 후 정상으로 오르면서 바람도 더욱 거세진다.

거센 바람에 견딜수 없었음일까, 정상 부근에선 나무들이 높게 자라지 못하고 온갖 풍상을 겪어낸듯한 형상으로 서 있었다. 묵묵히 시련을 이겨내며  많은 세월을 그렇게 서 있었을 나무들에 어떤 존경심마저 느껴졌다. 주로 키 작은 관목류들과 갈지자 모양의 굽어 자란 나무들로 이루어진 능선을 따라 하산하기 시작하자 바람이 한층 거세다. 지금까지는 바람이 불어도 크게 추운줄 몰랐다가 제법 매운 기세에 눌려 복면마스크를 꺼내 쓰고 옷깃을 다시 여민다.

 

 

어느만큼 내려섰을까, 햇살이 비치며 따스해지는게 계절이 3월쯤만 됐어도 봄이 왔나봐, 하고 속을법 하다. 날씨가 포근하니 아늑한게 엄마 품속 같다고 누군가 말한다.

하늘은 그야말로 더할나위 없이 쾌청하다.

정상쯤에선 그렇게도 많은 풍상을 겪어낸 모습을 보이던 나무들이 하산지점에선 소나무와 전나무류가 쭉쭉 뻗은 모양을 하고 하늘이라도 찌를듯 곧게 자라 있다.

하나의 산을 오르면서 이렇게도 각각의 모양과 느낌들이 다르게 다가오는걸 보며 여러가지로 곰곰히 생각해 본다.

어느 곳에도 정답이 없는 우리들 삶이 이와 같다면 억지일까.

산을 오르기 전에 내가 가졌던 설레임은 무엇이었던지. 바로 실망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던 산...

어느것도 예측할수 없었던 일들과 순간순간 바뀌는 날씨까지 경험하면서 지금의 내 위치가 어디쯤인가 문득 생각되어진다.

살다보니 이 길이 옳은 건가 싶을 때가 있고, 나는 잘 살아가고 있나 싶어질 때가 있다.

집에서 살림만 할 때도 그랬겠지만 일을 가진지 10년쯤 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이뤄가는 삶이 그렇게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사람끼리 부대끼며 사는 일이 때로는 버거워지기도 하고 때로는 실망도 하면서 이왕이면 좋은 사람들과 좋은 만남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더불어 사는 삶에서 어차피 만나며 살아야 하는 세상이라면 얄팍한 가슴보다는 산처럼 넉넉한 가슴과 심지 깊은 인성을 지닌 누군가가 곁에 있는게 더 좋지 않을까.

모든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따뜻함을 느끼며 살수 있다면 고달픈 세상살이가 조금은 덜 힘이 들것이라 여겨진다.

정상부근에서 인고를 이겨낸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던 나무들을 생각하며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시 한 수로 이 글을 대신 끝내고자 한다.

 

 

*굽이 돌아가는 길/박 노해

 

올 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 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따라 물따라 가는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하지 마십시요

돌아서지 마십시요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건

아직도 가야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난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 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가지 가는 것입니다

                         

                               

출처 : 등우산악회
글쓴이 : 풀꽃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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