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여행기, 풍경

[스크랩] 서산 가야산을 다녀와서

바이올렛~ 2006. 1. 24. 10:30

 

 

서산 가야산을 다녀와서

 

날씨도 춥고 회장님 말씀마따나 설 전이라서인지 몇명 안되는 25명의 인원으로 가야산을 다녀왔다.

나의 고향이기도 한 충남 서산시의 운산면, 해미면과 예산군 덕산면에 위치한 가야산은 해발 677.7m라는데 비교적 낮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쉬운 산은 아니었다.

8시에 당산역을 출발한 버스가 10시 좀 넘어 상가리 주차장에 도착해 우리를 내려놓았을 때 반기는건 매서운 바람이었다. 거칠것 없는 해풍이 있는 기세를 다 부리는 듯 얼굴을 할켜대는데 그래도 방한 마스크를 꺼내 쓸 만큼은 아니라고, 산에 가면 바람도 조용해질 거라고 위로하면서 그냥 올라간다. 실은 귀찮아서지만...

 

도로를 따라 얼마쯤 걷다가 옥양봉 가는 산길로 접어들자 파란 소나무와 잎을 떨군 참나무로 이루어진 숲은 바람도 멈추고 따뜻한 햇살이 아늑한 느낌을 준다.

산에 다니기 전 겨울 산을 생각하면 왠지 쓸쓸하고 마냥 썰렁할 것만 같았었다.

그렇지만 몇 번 올라보면서 느끼건대 겨울산이라고 차갑지만은 않은 정겨운 그 무엇이 있음을 깨달아 간다.

말없이 베푸는 자연의 섭리에 새삼 뭉클해짐을 느낀다.

우리가 올라 가는 쪽이 양지쪽이라선지 쌓인 눈도 없고 안방같이 따뜻하다.

자갈과 돌로 이루어진 길을 한발한발 올라가며 힘들면 쉬어가면서 저 아래 확 티어진 전망에 눈길을 준다.

저 멀리로 예당저수지도 보이고 우리가 전에 올랐던 용봉산 줄기도 보인다.

땀을 식히듯 선선하게 부는 바람과 가슴 속 티끌을 다 씻어내듯 시원스레 펼쳐진 들판.

바로 이 맛에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산에 오르고 또 오르는게 아닐런지...

비록 잎을 떨군 나무지만 그들이 연출하는 겨울 산의 아름다움도 빼놓을수 없는 즐거움이다.

 

옥양봉 정상에서 석문봉쪽으로 가면서 잊혀졌던 바람이 불고 쌓인 눈도 녹지 않은 채 쌓여 있다.

안전을 우려한 늘푸른 대장님이 아이젠을 착용하라 한다.

석문봉 정상을 밟고 정상 밑에서 간식시간이 주어졌다.

몇명은 지나쳐 가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가져온 간식들을 내어 놓는다.

미래사랑님은 밥까지 싸오고 대부분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국물삼아 먹는데 웬 떡!!

백호님이 부대찌개 거리를 꺼내 보글보글 끓이는데 들어가는 재료가 보통이 아니다.

햄에 떡에 탕수육에 새송이버섯에 김치에 만들어온 양념까지...

거기다 라면 두개를 넣고 마무리 지으니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기막힌 맛이다.

너도 나도 퍼다 먹으며 맛있다 하자 흡족하신 백호님 식당차려도 되겠냐며 싱글벙글이다.

정말 식당 차리신달까봐 산에서나 맛있지 진짜 식당내면 손님 얼마 안올거라 말하자 꼭 그렇게 초를 쳐야 되느냐신다.

김송복님이 내 놓은 막걸리와 김치에 싸먹는 누른 돼지고기도 맛있게 먹고 뜨거운 커피에 과일까지 포식한 뒤 다시 가야봉 쪽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올라온 길도 만만치 않았건만 암릉 사이로 오르내리는 길은 다리를 달달 떨리게 할만큼 가파르고 위험스럽다.

거기에다 내 오른쪽 아이젠 연결고리가 끊어져 바위를 올라가다 미끄러져 떨어질 뻔했다.

백호님과 나그네님이 아이젠을 벗겨 신을수 있게 고쳐 줘 다시 착용하니 괜 찮다.

고마운 님들, 산이 아니면 어디에서 이런 감동을 맛보랴!!

가야봉에 오르자 바람이 정말 장난 아니다.

송신탑 때문에 주변 풍취가 반감되는 듯 한데 내려다 보는 아랫쪽 정경은 멀리까지 내려다 보이는게 가슴을 후련하게 한다.

저기가 천수만이고 저기가 무슨 지구 하면서 쭉 설명해주는 백호님의 자상한 설명이 한결 산타는 즐거움을 더해 준다.

 

하산하면서 우리가 지나 온 봉우리들을 돌아보니 우리가 과연 저 길을 걸어온게 맞나 싶을 만큼 지나온 산세가 웅장하다.

저 산이 어떻게 677.7m밖에 안되는건지...

힘들게 한 바위였지만 산을 산답고 아름답게 하는데 한 목 했고 나무들도 좋았다.

자주 눈에 띄는 진달래 나무가 봄이면 가야산을 분홍색으로 화사하게 물들이겠구나 싶은게 절로 그림이 그려진다.

그런데 차가운 날씨 때문인지 왼쪽 무릎이 하산하면서 자꾸 아파진다.

몇주를 거르지 않고 산행하다 보니 무리가 오나 보다.

그래서 쉬다 걷다 하느라 또 꼴찌가 돼 버렸다.

그것만 빼면 여러가지로 마음에 드는 산행이었는데 아쉽다.

좀 쉬어가면서 산행을 하든 더 건강해지려고 노력하든 어떤 방법이 있어야겠다.

 

아무튼 그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산행이었고 함께 한 님들도 모두 반가웠고 언제나 애써주시는 회장님과 대장님,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출처 : 등우산악회
글쓴이 : 풀꽃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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