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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묻곤 한다. 그렇게 줄기차게 다니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생긴건 안 그런데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고 또 나가곤 하는 내게 알듯하면서 모르겠다는 시선을 보내곤 한다. 차에 앉아서 눈으로만 즐기던 여행에서 직접 두발로 걷는 등산으로 전환한지 7~8개월, 한 친구가 또 묻는다. 다른 일엔 꼼지락거리는 걸 싫어하는 것 같은데 산의 어떤 점이 그렇게 끌어당기는 거냐고...
2005년 마지막 등산을 장식하게 된 강원도 춘천의 검봉산은 비교적 가까운 지리적 위치와 길지 않은 산행시간으로 평소보다 1시간 늦게 출발할 수 있었다. 덕분에 긴 겨울밤의 끝에서 어둠에 잠긴 새벽 길을 나서곤 하던 부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38명이란 인원이 전부 기존 회원으로 채워졌다며 등우회원 최고라 뿌듯해 하시는 회장님의 입이 귀에 걸려 있다. 날씨도 많이 풀린건지 다른 때는 차창으로 성에가 끼었었는데 오늘은 습기찬 차창을 연신 닦아내며 바깥을 내다볼 수 있었다. 그동안 내렸던 눈과 간밤에 내린 눈으로 산과 들이 제법 하얗다. 나무들은 꿈을 꾸듯 침묵에 잠겨 있고 들판을 질러가는 허허로운 바람소리. 계절을 달리 하면서 보여지는 모습도 다르게 다가오는 풍경들... 내가 항상 그리워 하는게 저것인가? 보면서도 그립다.
10시 좀 넘어 검봉산 입구에 도착해 단짝인 공주와 손잡고 감선사를 지나 산행을 시작한다. 어쩌면 썰렁했을 겨울산으로 싸락눈이 싸락싸락 내리며 우리를 반긴다. 경사져 있는 오르막길이 제법 땀을 빼게 해 너도나도 옷을 한두가지씩 벗어버린다. 오늘은 바람이 별로 없는데 바람이 세찬 지역인지 전나무같은 키 큰 나무들이 쓰러져 있어 마음 한편을 안타깝게 한다. 깔딱고개를 오르며 숨들을 고르느라 한군데서 쉬며 양주도 나오고, 막걸리도 나오고, 음료수도 나오기 시작한다. 따르시오, 받으시오 이제는 익숙한 모습들이 돼버린 정경들... 백호님이 따뜻한 유자차를 따라주며 후기에 꼭 쓰라 하신다. 물질에 약하니 맛있게 마시고 이렇게 기억해서 써 놓는다. ^^;; 다시 힘내서 오르기 시작하는데 낮술이라선지 머리는 멀쩡한데 다리가 약간 내 의도를 벗어나 오히려 힘이 빠지는 듯한게 안 먹던 양주를 마셔서 그런것 같다. 눈은 그쳤다가 다시 내리고, 바람도 불었다가 잔잔해지는 산속을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으며 열심히 오른다.
아주 늦는 몇사람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후미에서 움직이는데 어느 만큼 갔을까, 식사들을 마쳐가고 있는 선두팀과 마주친다. 1차 마치고 다시 끓이는 라면인지 보글보글 맛있게 라면이 익어가는데 회장님이 다 드셨다고 자리를 내어주며 먹으라신다. 라면이 원래 맛있는 음식이긴 하지만 산에서 먹는 라면 맛은 정말 맛이 좋다. 회장님표 라면을 다 먹고 후미팀이 자리한 곳으로 가 팥죽과 컵라면을 또 먹는다. 먹다가 선두팀의 회원에게 들켜 놀리는 바람에 그만 사레가 들려버린다. 그냥 맹물 마시다 들리는 사레도 힘든데 얼큰 매콤한 라면에 들리는 사레란... 눈물 쏙 빼며 죽는 줄 알았다. 다같이 모여 단체사진 찍고 오랜만에 함께 한 야생마님과 몇 컷트 같이 찍는다. 그런데 이곳에서 찍는 사진은 칼라님의 말에 의해 비정상 사진이 되어버렸다. 이유는 조금 더 올라가서 530m 고지인 정상에서 정상사진을 찍었는데 정상 아닌 곳에서 찍은 사진은 다 비정상 사진이란다. 그래, 정씨가 하는 말이니까 옳은 얘기겠지. 우리 정가가 얼마나 잘났으면 뉴스시간에 항상 소식을 전해 주겠는가? '정가 이모저모'라고...... 칼라의 유먼데 잘들 알아 들으시려나?
바위와 돌로 이루어진 오르막을 지나고부터 능선으로 이어진 내리막길은 깎아지른 칼같은 산세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오솔길 같다. 길고 촘촘하게 자라있는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잘 닦아놓은 유리알 같다. 파릇파릇 새싹 돋는 봄철이 되면 연약하면서 영롱한 모습으로 보여질 듯한 산을 개인적으로 그때 한번 다시 와보고 싶어졌다. 문배마을을 지나 구곡폭포 주차장으로 도착해보니 3시쯤 되었는데 아무도 없다. 무슨 일인가. 나중에 알고 보니 코스 중에 구곡폭포를 들러서 오기로 했는데 그냥 지나쳐 온 탓이었다. 덕분에 동태찌개 끓이는 걸 버스 기사님과 미리 시작할 수 있었다. 그 동안의 닭백숙 떡국에서 처음 바뀐 메뉴라선지 그 많은 양을 비워낼만큼 맛있게들 드시는데 나는 추워서 대충 먹고 얼른 차로 들어가 버린다.
적당히 피로해진 몸을 의자에 기대며 5시쯤 귀경길에 오른다. 차도 안 밀리고 다른 때보다 일찍 도착해선지 공주가 미래사랑님과 셋이 저녁 먹고 들어가잔다. 그러자 했는데 우리의 팬(?)들이 어떻게 같이 하게 돼 스마일님, 강돌님, 백호님, 칼라 그리고 데이지와 딸기님까지 함께 나중에는 회장님도 합석해 또 늦어버린다. 내가 생각해도 참 체력 대단한게 산을 오르면서 많이 다져진 덕분인 것 같다.
첫 산행을 시작한 2005년 올해의 마지막 산행기를 정리하면서 이번엔 내가 나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찾아 늘 이렇게 떠나려 하는가. 그저 단지 자연이 좋아서라고 한마디로 단정하기엔 너무나 미흡하다. 내 안에 잠재해 있는 근원적인 고독인가. 가슴 속엔 항상 차오르는 강물 같은 것, 어디론가 흘려 보내야만 할 것 같은 아련한 물줄기가 흐른다. 또는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인가. 문득문득 치받쳐 오르는 어떤 슬픔, 현실이 갑갑할때 미지에 대한 열망으로 나는 자꾸 떠나고 싶어 하는게 아닌지. 나로서도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어쨌든 지금의 내가 나를 위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사치는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윤택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 몰두할수 있는 취미 한가지는 있어야 한다는데 여행을 겸한 등산은 얼마나 매력적인 취미인가. 앞으로도 시간과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내게 이 일은 계속 이어지리라는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렇게 떠나고 기록하는 일들이 먼 훗날의 내게 큰 정신적 보고가 되리란걸 기대해 본다.
오늘을 함께 한 모든 분들과 그동안 추억의 한 부분씩을 공유했던 많은 분들, 같이 해서 즐거웠고 진정으로 행복했다는 감사의 말씀 전하며 앞으로도 좋은 추억 함께 하길 바라겠습니다. 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시작될 2006년 새해에는 기쁘고 복된 일만 길이길이 맞으시길 빌어드립니다.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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