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여행기, 풍경

불곡산의 개그맨들

바이올렛~ 2005. 12. 12. 15:18
 

 

       불곡산의 개그맨들

 

연일 수그러들줄 모르는 추운 날씨와 바야흐로 송년회 시즌에 들어선 바쁜 시기라선지

산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 같다.

회장님께서 사고로 늑골을 다쳐 입원해 계신 바람에

오프라인에서의 홍보가 부족했던 것도 이유인 것 같고...

 

30명이 채 안되는 인원으로 찾은 경기도 양주의 불곡산 등반은

그래서 시종일관 가족적이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가장 재미있는 기억을 심어주었다.

차창에 두껍게 성에가 끼어 바깥 경치를 구경할수 없을 만큼 싸늘한 대기를 뚫고

버스가 우리를 불곡산 밑에 내려준 시각은 아홉시쯤...

늘푸른 대장님이 낮은 산이지만 암릉이 많아 특별히 조심해서 안산하기를 부탁하며

발목과 다리 운동을 시킨다.

가슴에 복대를 찬 회장님이 산에 오를까봐 말리시느라

본인 자신도 별로 건강하지 않은 몸으로 오래간만에 산을 찾은 안대장님의 예상은 적중했다.

회장님이 같이 산에 오르고 싶어 하신다.

안대장님이 정색을 하고 말리고, 나도 다른 회원들도 극구 말린다.

주말마다 온 산을 누비던 몸이 근질근질 하신거야 이해되지만 절대 안되지.

어르고 달래서(^^;) 버스에 계시라 하고 우리는 늘푸른 대장님을 따라 한줄로 산에 오른다.

마치 유치원 선생님을 따라 소풍가는 학생들 같다고 칼라님이 한마디 한다.

비교적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오르느라니 생각보다 날씨도 춥지 않고

맑은 햇살까지 비쳐줘 따뜻한게 기분이 괜찮다.

 

한 30분쯤 올랐을까?

처음으로 암벽에 부딪치는데 거의 수직으로 솟아있는게 올려다보니

까마득히 보이는게 장난이 아니다.

남자 회원 몇명은 먼저 위에 올라가 나름대로 거들고,

중간에 늘푸른님이 사진도 찍어주면서 코치하고,

그 밑에쯤에선 안대장님이 또 사진 찍으면서 돕고 하나하나씩 올라간다.

그걸 올려다보면서 내가 저기를 무사히 올라갈수 있을까, 어젯밤 꿈자리까지 짚어보며 걱정한다.

하지만 전에 홍천 팔봉산에 로프타고 올라봤고, 친구따라 속리산 상학봉, 묘봉코스를 

자일잡고 오르내려본지라 어느 정도 자신감은 들었다.

저 높이가 얼마나 될 것 같아요? 백호님한테 물으니 40m쯤 되겠단다.

안대장님이 풀꽃향은 언제 올라오려고 그렇게 마냥 기다리냐 할만큼

다른 사람 다 올라간다음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줄을 잡고 올라간다.

처음에 이정도는 괜찮겠다 싶었는데 마지막 지점에서 팔에 힘이 부쳐진다.

사력을 다해 올라서고 나니 어휴 다리 떨려, 심장까지 떨리는게 식은땀이 나려 한다.

이런데를 이회장이 올라왔으면 당키나 했겠냐고 안대장님이 한마디 하신다.

정말 걱정되긴 걱정됐나 보다. 말리길 잘했다고 거들자

"그래도 밑에서 혼자 산에 올랐을지도 몰라." 해서 웃었는데 결과적으로 그 말은 사실로 드러났다.

나중에 듣자니 혼자 역산행으로 잠깐 산에 올라갔다 내려오셨다 한다.

 

구간구간 거의 계속되다시피하는 암벽코스를 거치며

늘푸른님은 대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하느라 시범도 보이고

로프를 타는 곳에선 "유격!" 하며 기함도 넣고 사진도 찍어주고 하면서 몹시 바쁘다.

그 모습을 보면서 같은 운영자의 한 사람으로 등우산악회가 더 많이 나아지겠구나

든든함이 느껴졌다.

암릉으로 이루어진 임꺽정봉과 상투봉, 상봉을 지나며 바위와의 씨름이 몇차례 더 이어지는데

오늘의 개그 군단인 감자님, 어따대구님, 칼라님, 백호님때문에 웃음이 그치질 않는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입심의 대가 칼라님은 유일하게 30대인데

아무리 보아도 무늬는 우리와 비슷해 보이는 40대이다.

30대이고 칼라라는 세련된 닉으로 해서 스탠다드한 이미지를 떠올리면 좀 곤란하다(쏘리^^).

칼라라는 닉네임도 술만 마시면 얼굴이 빨개져서 붙인거라나?

어릴때 하도 대추나무에서 떨어져 자기 얼굴이 그리 나이들어 보이는 거라고

다음부턴 벼락맞은 대추나무라는 뜻인 벽조목으로 개명인사 없이 바꾸겠다고 공표한다.

나와 같은 정씨라 누나 동생이 돼버려 칼라든 벽조목이든 이제부터 님자라는 호칭은 떼어버릴 예정이다.

(불만있음 얘기혀)

어따대구님은 어찌 그리 애교가  많으신지 타고난 유머와 더불어

순간순간 웃음을 터뜨리게 하면서 주변 분위기를 시종 화기애애하게 만든다.

재미난 닉으로 해서 놀리기에도 좋아 걸핏하면 어따대구 늦냐, 어따대구 이러냐 저러냐

한 소리씩 하게 만든다.

신선한 감자, 불량감자, 그냥 감자를 거치다 지금은 썩은 감자가 되어 버린 감자님은

나보다 2살 위인줄로 아는데 8살이 많다고 허풍을 치신다.

어따대구님과 중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사이라고?

빨간 타올을 머리에다 쓰고 다녀 감자파는 아줌마 같으신게 생긴 모습 자체가 개그다.

백호님은 처음 암벽을 탈때 포기하고 다른 길로 우회해서 올랐는데

능청스럽게 웃기는데 한몫 하신다.

바위도 못타는데 무슨 호랑이냐고 백호가 아니라는 다른 님들의 놀림에

호랑이는 바위를 타는게 아니라고 설파한다. 산양이나 바위타는 거라나?

이들과 함께 오르내린 산행길이 어땠겠는가?

고요한 동면에 들었던 불곡산이 어떤 중생들이 이리 떠드냐고 시끄러워 했을 것 같다.

힘에 부치는 구간에서 손 잡아 올려주고 내려주고 할때마다 감자님은 왜 나는 손 안잡아줘?

하며 따지고 어따대구님은 넌 안이쁘잖아, 하며 대꾸한다.

"그래서 난 이쁜 여자들이 싫어. 이쁜 여자들은 빨리 죽어야 돼. 나한테 오지도 않는데 뭐."

어따대구님이 특유의 익살로 웃긴다.

"잘생긴 남자들도 빨리 죽어야 돼. 그래서 난 빨리 죽을거야."

칼라가 말하자 대뜸 오래 살거라는 미래사랑님의 대답이 있고

만수무강할게 틀림없을거라 나도 강조하며 한마디 한다.

"에이~ 난 빨리 죽고 싶단 말야."  칼라가 불만을 나타낸다.

어느 곳에선가 바위 사이를 뛰어넘어야 될 일이 생겼다. 

남자들은 잘 넘었는데 난 영 자신이 없다.

망설이고 있는데 다들 "뛰어 뛰어" 하는 바람에 어쩌다 뛰어 넘으며 순간적으로 쇠줄을 잡는다.

"누님은 풀꽃인줄 알았더니 오늘 보니 들꽃이네." 칭찬인지 빈정거림인지 칼라가 놀라워 하고

다음 타자인 폭탄님은 뛰려다 못 뛰고 소리만 지르다 결국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어떻게 건너온다.

 

해발 468m인 불곡산 정상에서 전체사진을 찍고 12시 좀 못돼

상봉 밑 약간 넓직한 자리에서 간식타임이 주어졌다.

난 보온도시락에 싸온 밥을 꺼내고, 백호님은 컵라면 2개를 꺼내고,

어따대구님은 보온병에서 뜨거운 숭늉을 꺼내고, 감자님도 보온도시락에서 잡채와 밥을 꺼낸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나오는 김밥과 반찬들...

감자님이 보온도시락 뚜껑을 열다 떨어뜨려 나뭇잎 부스러기와 먼지가 묻는다. 

감자님이 먼지를 털어내자 그 순간을 놓칠세라 칼라가 "털어먹는 밥이 더 맛있는데." 하며 놀린다.

"난 혼식을 좋아해서." 감자님도 받아 넘긴다.

나중에 다 먹은 잡채 그릇의 기름기를 감자님이 휴지로 깨끗이 닦아내며

이래 가지고 가야 집에서 안 쫒겨난단다.

저래서 안 맞고 사나보다 나는 집에서 매일 맞는데라고 칼라가 또 말한다.

산위에서 내려다보니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게 동네 뒷산에 오른 것으로 보여

여태까지 우리가 한 고생은 다 무엇인가 싶어졌다.

일부러 코스를 그렇게 잡아 능선따라 바위를 타며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끼게 한것 같다.

보여지는 바위 능선은 아담하니 산세가 참 예뻐보인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1시 좀 못 돼 있다.

시간이 남아 대장금 촬영지까지 들르기로 하고 거기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준비해 온 닭백숙 국물에 끓인 떡국은 오늘따라 유난히 맛있다.

열심히 먹다가 뛰어난 유머를 자랑하는 칼라가 갑자기

"에이! 먹을수록 신경질나네, 왜 이리 맛있능겨?" 하며 한 그릇 듬뿍 떠서 더 먹는다.

어따대구 이리 웃기는지..정씨 집안에 인물 났네, 정 화남 정말 대단혀!! ㅎㅎ..

 

 

점심을 먹고 희망자에 한해서 대장금 테마파크 촬영지에 들렀다.

개인별 입장요금이 5천원인데 10인 이상 단체면 4천원이라고 12명이서 4천원씩 내고 갔다.

머리 아프다시던 안대장님은 빠지고 개그군단들의 대신 잘보고 오라는 환송을 들으며

늘푸른님을 따라 다같이 입장한다.

늘푸른님이 시켜 미래사랑님은 곤장을 맞는 사진을 찍히고 나도 주리를 틀린다.

능청스런 연기가 일품인 백호님과 돌쇠님의 술잔 기울이는 포즈 정말 그럴듯하다.

장독대도 들춰보며 사진찍고, 저자거리에선 장보는 포즈로, 지게도 져 보고 하면서

가는 곳마다 웃음을 날리며 추억을 만든다.

1시간쯤 둘러보고 다시 주차장으로 오니 4시가 좀 못 돼 있다.

서울에 도착하니 5시 좀 넘었던가?

일찍 들어가면 집에서 오히려 오해받는다고 시간 채워야 된다는 웃긴 님들의 주장으로

10여명이 발산역에서 내려 노래방에 들른다.

하나같이 노래들을 어찌나 잘하는지 못하는게 없는 칼라는 춤도 기막히게 춘다.

넘쳐나는 이 끼들을 어떻게 주체하고들 사는지 참 궁금하다.

산행을 일찍 끝낸 덕분에 모든 행사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니 8시 좀 못돼 있다.

덕분에 피곤함도 덜하고 재미있는 산행이 되었다.

즐거운 산행 함께 한 님들 정말 감사드리고, 이번 금요일 송년 모임에서 다시 한번 즐거운 시간

갖게 되기를 바라며 언제나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