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여행기, 풍경

[스크랩] 봄이 오면 겨울은 가리, 가리산을 다녀와서

바이올렛~ 2006. 3. 13. 14:40
 

봄이 오면 겨울은 가리, 가리산을 다녀와서



2주 정도 쉬고 모처럼 산에 가려고 맘먹었더니 날씨가 별로 도움이 안된다.

3월도 중순으로 접어드는데 꽃샘바람인지 영하 7도까지 내려가는 기온에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 10도는 넘는 듯 하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부랴부랴 준비해 뛰듯이 해서 겨우 버스를 놓치지 않고 탈수 있었다.

35명 정도의 인원에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반갑다.

그동안 아침밥으로 나눠주던 김밥을 다른 걸로 주었으면 하던 회원님들이 있어 회장님께

건의한 결과 이번에는 제과점에서 맞춘 샌드위치와 과일음료가 나와 새로운 아침을 먹는다.

 

2시간 정도 버스를 달려 도착한 가리산은 춘천군, 인제군, 홍천군의 두촌면과 경계지역에

위치하며 높이는 1051m라 한다.

올려다 본 산이 위압감을 주지 않는게 만년 후미답게 천천히 오르면 되지 싶어지며 나름대로

느긋해진다. 

회장님 구령에 맞춰 몸풀기를 하고 드디어 산행시작, 낙엽송이 하늘을 찌를듯 솟아있는 

합수곡으로 들어서자 양지쪽이라선지 별로 추운걸 모르겠다.

가파르지 않고 울창하게 나무들이 자라있는 숲에 햇살이 따사롭고 하늘은 쪽빛으로 구름

한점 없이 맑디 맑다.

 



그런데 여기까지였다.

합수곡을 올라 가삽고개로 들어서는 능선을 따라 산행을 시작하며 불어오는 칼바람이

자못 거세다.

뺨이 얼얼하고 손까지 너무 시려워져 공주와 장갑을 바꿔 낀다.

2월 마지막 주에 올랐던 태백산은 겨울산행이 아니고 봄산행이라 할만큼 따뜻하더니,

봄산행인 3월중의 가리산은 겨울산행때 보다도 더 추운 것 같다.

추워질거란 예보에 혹시나 하고 가져 왔던 복면 마스크를 꺼내 쓰니 좀 견딜만 하다.

길을 따라 진달래와 철쭉꽃 나무가 죽 늘어서 있어 봄이 되면 참 화사하겠구나 생각하니

갑자기 산이 너무 화사해 보인다. 햇살이 밝게 비쳐서이리라.

"산이 참 화사해 보이지 않아?"

옆에 가던 공주에게 말하니

"전부 회색빛인데 언니?" 하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산 전체가 회색빛이다. 그런데도 왜 내 눈엔 화사하게 보이는 걸까?

겨울산을 계속 올랐던 만큼 보아 왔던 산이 전부 회색빛이었을텐데 지금까지 온전히

회색빛으로 보여졌던 적이 없다. 뭔지 모르게 다정하고, 아름답고, 화사했었던 산...

새삼 내가 산을 참 사랑하고 있구나 싶어지며, 사랑으로 보는 사물에 아름답지 않은 것이

있을까 깨달아졌다.

 


그렇지만 사랑으로도 추운 건 어쩔 수 없다.

음지쪽으로 아직도 눈이 쌓여 있고 암반으로 이루어진 정상은 위험하다 싶은게 더 갈수 없어 

꼴찌인 우리는 하산길로 방향을 잡아 내려간다.

스마일님 일행이 먼저 자리잡은 곳으로 합류해 간식시간을 갖는다.

얼마나 추운지 스마일님이 눈에 보일 정도로 덜덜 떤다.

나도 추워서 백호님의 외투를 빼앗아 위에다 걸친다.

모처럼 공주가 밥을 싸오고, 백호님이 김치와  갖은 양념을 넣은 라면찌개를 끓여 따끈한

국물삼아 맛있게 먹는다.

데이지가 가져온 과일로 입가심하고 스마일님의 뜨거운 물에 내 커피를 타서 나눠마신 후

다시 하산하기 시작한다.

산은 험하지 않고 밑에서나 위에서나 나무들이 길고 울창하게 자라 있어 오솔길 같은

산길을 걸으며 어떤 낭만까지 느끼게 한다.



하산길에서 늘 그렇듯이 무릎이 아픈 관계로 무릎 보호대를 하고 맨 끝에서 천천히 내려가며

산의 모든 것을 여유있게 감상할수 있었다.

밑으로 내려올수록 바람도 잠잠하고, 봄을 기다리는 듯 고요히 서 있는 나무들 사이로 계곡물이

졸졸졸졸 흐르는게 보인다.

어디선가 산새들 지저귀는 소리도 들린다.

앞쪽으로 뻗어 흐르는 산줄기가 참으로 아름답다.

이제 봄이 오면 온 산을 붉고 푸르게 물들이며 꽃이 피고 잎들이 피어나리라.

오늘 비록 몸을 움츠리게 하는 추위였지만 계절은 변하지 않는 법, 우리 곁에 봄이 가까이 왔음을

느끼며 행복한 산행을 마친다.

출처 : 등우산악회
글쓴이 : 풀꽃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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