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여행기, 풍경

[스크랩] 봄꽃과 그녀

바이올렛~ 2006. 4. 1. 10:09
    봄꽃과 그녀

 

더할나위 없이 화창한 봄날인 4월 첫째 주말, 그녀 꽃을 찾아 여행길에 나선다.
하루가 멀다하고 전해지는 남쪽으로 부터의 꽃 소식에 안절부절 견딜 수 없는 때문이다.
말로만 듣던 쌍계사 벚꽃 십리 길을 목표로 해 본다.
진해 벚꽃은 몇 번을 보았으니까 하며...

 

하동의 섬진강변을 따라 늘어선 벚꽃은 화개장터 입구까지 만개하여 화사한 자태를 뽐낸다.
그러나 전라도와 경상도를 경계로 거짓말 같이 꽃 피는 차이가 극명하다.
안쪽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꽃핀곳만 보고 돌아나와 그녀 남해 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아, 저기 나비..."
차창밖을 내다보던 그녀 탄성을 올린다.
꽃 향기에 취한 두 마리의 나비가 서로 희롱하며 정답게 날아오른다.
올해 처음 본 나비 한쌍에 마음을 뺏기며 그녀 잠시 어떤 기대감에 설렌다.

따사롭게 내리쬐는 봄볕에 도란도란 흐르는 섬진강의 모습이 유정하다.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이야기" 때문인가.
낯설지 않은 풍경에 그녀 몇 곳을 짚어보며 책에서 받은 이미지가 저기인가,

떠올려보지만 아무것도 구체적인 건 없다.



남해쪽으로 점점 가까워지면서 벚꽃은 더욱 절정이다.
벚꽃뿐인가...목련, 개나리, 진달래, 복숭아꽃도 한창이다.
산 밑에는 조팝나무도 어느 새 피어 하얗게 웃고 있다.
산수유, 매화는 벌써 빛을 잃어 가고 있다.
이곳은 이미 봄이 깊어가고 있는 중이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중엔 반팔옷을 입고 있는 사람도 있다.
좀 두꺼운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무겁고 답답해 보이기도 한다.

 



겨우내 죽은 듯이 고요하던 나뭇가지에서 어떻게 저리도 고운 꽃을 피워내는가.
일제히 뿜어내는 꽃들의 합창에 그녀 한동안 숨이 막힌다.
부지런한 오리나무, 자작나무, 찔레순이 싱그런 초록의 잎을 더해 봄볕과 함께 어우러진

풍경은 현실이 아닌 꿈속 같다.
이 세상 어느 곳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이 있을까 싶다.
아름다움이 지나치면 슬픔이 되는가.

문득 미인 박명이란 단어를 떠올리는 그녀의 가슴에 눈물처럼 슬픔이 번진다.

 

남해대교를 건넌다.
내려다 보이는 남해의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해변을 따라 늘어선 벚꽃은 멀리서 보면 몽실몽실 피어있는 뭉게구름에 연분홍 물감을

살짝 들여서 펼쳐놓은 것처럼 보드랍고 그윽하다.
벚꽃을 따라 해변도로를 달리며 바라본 남해의 정경이 너무나 근사해 그녀 넋을 놓고 본다.
끝간데 없이 펼쳐지는 동해나 서해와 달리 섬들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서 있어 그 모습이
말할 수 없이 정답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다.
섬진강변에서 재첩회무침과 재첩국으로 식사하고, 하동의 소나무 공원에서 청량한 바람을

맞느라 잠시 지체한 것 외엔 계속 차량으로 이동한 탓이다.
결국 벚꽃하면 그래도 진해라며 그녀 다시 진해쪽으로 방향을 튼다.
군항제가 열리고 있는 진해의 벚꽃은 역시 이름값을 한다.
왕벚꽃나무라 하여 꽃송이가 커서인지 더 화려하고 더 빛이 난다.

창원에서부터 온 거리를 뒤덮은 벚꽃의 물결은 진해까지 상춘객들의 인파로 복잡하다.
밀리는 차량을 따라서 그녀도 밀려가고 밀려온다.

 


 

진해에서도 가장 인상깊은 안민고개 벚꽃을 찾아간다.
하늘을 덮을 듯 아름드리 피어오른 벚꽃의 행렬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파란 하늘이
더욱 청명하다.
내려다본 진해 시내가 온통 꽃천지다.
어제와 그제사이 각자의 사람으로부터 진달래 꽃이나 복사꽃, 혹은 사과꽃에 비유됐던 그녀
왜 벚꽃에는 비유해주지 않는가 내심 섭섭하다가 그 화려함에 압도되며 스스로 결론짓는다.
벚꽃의 그 화려함이 자신에겐 없는 탓, 착각도 자꾸 하다보면 세련돼 지는가.
벚꽃은 누가 뭐래도 지나칠만큼 화려하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질때는 쓸쓸한 법인데 벚꽃은 지는 모습조차 경쾌하다.
바람이 살짝 불면 분분히 날리면서 한 동안 그 반짝임을 잃지 않는다.
대단한 자부심이다.

 



꼼짝 않고 밀리는 차량 탓에 군항제가 열리는 해군 사관학교는 포기하고 그녀 귀경길에 오른다.
전에 보았으니까 하고 위로하면서...
좋은 구경거리에 먹는게 빠질 수는 없다.
언젠가 맛있게 먹었던 기억을 되살려 진주의 꼼장어집을 기어코 찾아내 다시 먹어본다.

역시 맛있다.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논개의 마음이 흐르는 남강이

바로 곁이다.
글쎄, 탁해보이는 저 강물이 강낭콩꽃보다 더 푸른가는 의문이다.
그렇지만 왜장을 껴안고 남강에 투신한 논개의 충혼은 붉은 마음으로 보이는 듯하다.
양귀비꽃보다 더 어여쁘게...


 

촉석루에 이는 바람, 논개의 영혼인가 느끼며 옆에 있는 진양호에 들러본다.
찰랑찰랑 풍요롭게 잠겨있는 호수가 주변 배경과 어울려 환상적인 절경을 이루고 있다.
석양를 이고 서서 맞이하는 호수의 산들바람이 싱그럽다.
그녀, 가슴으로 바람을 맞으며 심호흡을 해본다.
신선한 내음이 전해온다.

인생의 봄날이란 이런 거구나 그녀 생각한다.

하늘은 맑고, 날씨는 더할 수 없이 포근하고, 울긋불긋 꽃대궐이란 말이 실감날만큼
여기저기 피어있는 예쁜 꽃들과 섬진강의 정다움, 남해의 유장하면서도 그림같은 모습,
진양호의 풍요롭고 아름다운 자태...
여기에서 더 무엇을 바랄 것인가.
가슴 한 구석이 빈 것같은 허전함도 있지만 어느 것도 조급해 하지 말자고 그녀 생각한다.
무릉도원의 환상을 가슴 벅차게 담고 그녀 집에 온다.
낮동안의 꿈같은 정경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봄 타느라 잠이 안 온다.
뒤척이는 그녀 말없이 슬프다...

출처 : 등우산악회
글쓴이 : 풀꽃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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