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여행기, 풍경

즐거운 산행, 홍천 팔봉산

바이올렛~ 2005. 9. 26. 16:49
 

 

          즐거운 산행, 홍천 팔봉산

 

산악회를 따라다니기 시작한 여덟번째 산행지로 선택한 팔봉산은

지금까지 다녀본 산행중 가장 재미있는 산행이었다.

산을 타는 재미가 그렇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재미가 그러했다.

죽을뻔한 고통으로 고생했던 그 여름의 주왕산 산행 이후

푹 쉬다가 70일만에 와본 등우산악회.

왠지 미안하고 쑥스러워서 회장님한테 직접 전화도 못하고

대장님한테 전화해서 신청했던지라 버스를 타기 전까지

내내 마음이 무거웠었다.

내가 왜 이래야 되는지 의문일만큼 이상하게 착잡해지기까지 했다.

 

하이웨이 주유소 앞에서 버스를 기다린지 얼마 안돼 6시 45분쯤?

버스가 미끄러져 와 멈춘다.

반갑게 맞이해주는 회장님과 대장님.

무겁던 마음과 쑥스러운 마음을 조금은  걷어내고

앉으라는 대로 맨 앞자리 대장님 옆에 앉는다.

7시, 당산역에서 몇명을 태우니 버스 한대가 꽉 찬다.

출발하면서 아침 식사로 김밥이 주어지고,

회장님 인사와 대장님의 등산안내 설명이 이어진다.

 

10시 좀 못됐을까? 강원도 홍천의 팔봉산 밑에 도착했다.

화장실부터 갔다 오고 회장님을 따라 간단한 몸풀기 체조를 한후 드디어 산행 시작.

10m 정도의 철제 다리를 건너며 팔봉산 입구로 들어서자 이 느낌 뭐랄까,

팔봉산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맞아주는 느낌이다.

대장님이 등산 안내 설명을 할때 302m 고지밖에 안되는 산이지만

코스가 험하니 절대 방심하지 말고 즐거운 산행,

안전한 산행을 하시라고 주문하더니 시작부터 심상치가 않다.

금방 갈림길이 나오더니 왼쪽은 쉬운코스, 오른쪽은 험한코스라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우린 산꾼이니까 당연히 험한코스로 들어선다.

 

돌들이 밟히는 경사로를 오르느라니 갈수록 바위가 커지고 많아진다.

잠시도 딴 생각하거나 잡념을 허락하지 않는 산을 오르며 조심 또 조심한다.

철제 디딤판을 디디고, 철계단을 오르고, 몇번씩이나 로프를 타고,

로프가 없는 곳은 나무뿌리를 잡고, 또 바위 모서리도 잡고,

이것도 저것도 안되는 곳에선 남자 회원의 도움을 받고

가히 유격훈련코스라 할만한 곳을 오르고 또 오른다.

(하루 지난 지금은 어깨, 팔 안아픈데가 없네요.)

 

나는 미끄러지면서 바지를 찢기고, 흙탕물에 더럽혀지고,

허리부분에 찰과상과 멍도 잡히고 그러면서도 즐겁다.

뻔뻔할만큼 사진도 많이 찍고 또 찍히기도 한다.

둘이 수준이 같다고 오늘의 파트너로 대장님이 짝지워준 공주님과

연신 같이 다니며 둘이 사진도 무지 찍었다.

공주님도 카페를 통해 서로 익히 알고 있었지만 만나기는 처음이고,

스마일님도 지난 6월 석룡산때 함께 산행했었는데

 내가 워낙 뒤에서 뚝 떨어져 빌빌거린데다 버스에서 잠만 자느라

사람을 볼 기회가 없어 초면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카페 덕에 서로를 잘 알던터라 금방 친해진다.

대장님도 함께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서로 돕고,

재미있는 사람들이라 분위기도 흥겹고 그간의 모든 스트레스가 확 날라가버린다.

 

여덟개의 봉우리중 정상이라는 3봉에서 내려서자

정체현상으로 인해 사람들이 거의 움직이지를 못한다.

4봉 입구에 위치한 해산굴을 통과하느라 지체되는가 보았다.

모두가 줄서서 기다리는데 우리는 한참 뒤에 처져있어 그 광경을 볼수 없는데

전해지는 말인즉 어느 비대한 아저씨가 해산굴을 통과하면서 꽤 애를 먹는 모양이었다.

지루할만큼 시간이 더디 흐르더니 앞쪽에서 갑자기 박수와 환호성이 터진다.

어렵게 해산해서 나갔나보다.

조금씩 조금씩 줄이 줄어든다.

 

공주와 나는 꼭 붙어있다가 해산굴에서 서로 배낭에 있던 줄이 자기들끼리 엉켜버린다.

걸 풀어내면서 탯줄이 엉켰다고 우린 쌍둥이라 이름짓는다.

나도 공주로 승격하는 순간이다.(자기가 평강공주라니 나는 선화공주나 돼볼까나? ㅋㅋ...)

입구 위에서는 스마일님과 대장님이 내려다보며 우리를 사진찍고,

드디어 자칭 산파라 하는 어느 산악회 리더의 도움으로 간신히 해산굴을 통과한다.

내가 10분 먼저 통과해 공주보다 10분 먼저 쌍둥이 언니가 됐다.

실제로도 한살 많아 어차피 언니다.

 

유유히 흐르는 홍천강 줄기를 따라 뻗어내린 팔봉산.

연신 바위와 씨름하며 열심히 오르고 또 오르다 에그머니 이를 어째,

왕언니가 그만 돌뿌리에 걸려 엉덩방아를 찌며 넘어지신다.

왕언니 말씀이 눈에 별이 보일만큼 아팠다더니 나중에 보니

찍힌 다리부위가 많이 부어있다. 더 조심해야지.

아리따운 사모님을 대동하고 참석하신 텐더님의 아내를 위한 배려가

한층 더 눈에 띄며 바라보는 사람도 참 좋아보인다.

 

12시쯤, 7봉 밑에서 점심 식사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얼마 싸오지도 않았으면서 처음부터 맡겼던 대장님 배낭에서

밥과 반찬을 꺼내 미리 자리잡은 사람들 틈으로 합류한다.

각종 쌈에다 야채샐러드까지 푸짐하게 벌려져 있는 성찬에 

스마일님이 또 푸짐하게 내놓은 음식들을 벌려놓으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배낭을 선뜻 앉을자리로 내어주는 도봉님의 선심을 받아들여 도봉님의 배낭을 깔고 앉는다.

(오늘 나 왜 이러지? 내가 생각해도 참 뻔뻔하네.)

난 모르겠는데 도봉님은 나를 알고 있단다.

석룡산때 보았다는데 그날 난 도대체 뭐한건지...

 

여러가지 반찬에 맛있게 밥을 먹으며 서로의 닉네임을 물어본다.

도봉, 감자, 돌쇠, 띠웅, 일산회원...

카페에서 글자로만 보았던 이름들을 직접 보니 재미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남은 7봉과  제일 험하다는 8봉을 마저 오른다.

쌍둥이 아니랄까봐 공주가 미끄러지면 그 자리에서 나도 미끄러지고,

웃으며 깔깔거리며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향한다.

 

웅장하지 않으면서 갖출것을 다 갖춘 매력으로 다가오는 팔봉산답게 길도 참 개성있다.

빠르게 흐르는 홍천강을 끼고 산 밑으로 쭉 길이 이어지는데 철제 디딤판이 또 나오고,

구름다리 같은데도 나오고 소로도 이어지며 계속 지루하지 않게 한다.

산자락으론 구절초, 벌개미취, 쑥부쟁이들이 예쁘게 피어 가을이 깊어감을 알린다.

하긴 엊그제 추분을 넘겼으니...

스마일님이 소녀들 머리핀같은 방울같이 생긴 이름모를 꽃을 두송이 꺾어 건네준다.

모자에 꽂고 공주한테 "정신병원에서 나온 이상한 여자 같지 않아?" 물으니

공주 오른손가락을 머리 있는데서 빙빙돌리며

"이러냐구? 아냐 언니, 이뻐." 한다.

그 말을 믿고 그냥 모자에 꽂아둔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등갈비파티가 벌어진다.

점심을 많이 먹은지라 아직 소화가 안돼 조금만 먹으려는데

이사람 저사람이 자꾸 권하는 바람에 몇잔의 술과 함께 과식하고 말았다.

'기차와 소나무', '시저'님이 포함된 초등학교 동창모임과 함께 하는데 참 재미있는 분들이다.

웃고 떠들며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를 산행이었다.

점심때부터 마신 복분자, 조껍데기술, 매실주, 소주, 맥주등 조금씩이지만

다양한 종류의 술을 마셔선지 잔칫집을 갔다온 것만큼 흥겹고 즐겁게 보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