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
고궁(古宮) 문살
김호
은밀히 새 나오는 숱한 비밀 들었지만
격자의 틀 안에서 침묵으로 재웠습니다
세월의 모진 비바람 창호지는 찢기고
안과 밖의 소리를 조화로이 품으며
귀 열어 조심스레 경계를 지켰습니다
깍지 낀 손 놓지 않고 시간을 묻었습니다
결이 트고 갈라져 온몸이 삐걱대도
지켜온 지조와 결의 잊지 않았습니다
빛바랜 육신이지만 향기만은 남겼습니다
차상
편백나무 숲
이성보
산중의 화선지에 정적이 먹을 갈아
빽빽이 휘갈려 쓴 홀소리 'ㅣ'자들로
고요가 붓대 잡고서 서체 계속 다듬는다
차분한 정자체를, 활기찬 흘림체를
텃새와 말벗바람, 의견이 분분해도
수백 년 풍채 힘 모아 필획수련 끊임없다
하늘땅 맞닿도록 치솟는 기세만큼
넉넉히 양팔 낮춰 누운 풀도 다 보듬고
획 굵은 정신일도를 뿜어대는 피톤치드
차하
옥탑방
서기석
발치에 마을 품어
하늘과 맞닿은 곳
수만 평 저 미리내
이마 위에 펼쳐놓고
밤마다
별을 새긴다
우화등선 꿈꾸며
초대시조
은결
염창권
직유가 햇빛이라면 은유는 달빛이다
문고리 달빛 닿자 원환의 파동 인다
허공에 푹 찔러 넣은 은결 모래 쏟을 때
허구의 역사는 피었다가 그냥 진다
적어도 1만 년의 상상력으론 그렇다
월인(月印)의 만경 파랑이
네 살 속에 꽃 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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