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가는...기록하고 싶은 구절

중앙시조 백일장-1월 수상작

바이올렛~ 2021. 1. 28. 18:09

장원

    고궁(古宮) 문살

                               김호

은밀히 새 나오는 숱한 비밀 들었지만

격자의 틀 안에서 침묵으로 재웠습니다

세월의 모진 비바람 창호지는 찢기고

 

안과 밖의 소리를 조화로이 품으며

귀 열어 조심스레 경계를 지켰습니다

깍지 낀 손 놓지 않고 시간을 묻었습니다

 

결이 트고 갈라져 온몸이 삐걱대도

지켜온 지조와 결의 잊지 않았습니다

빛바랜 육신이지만 향기만은 남겼습니다

 

차상

       편백나무 숲

                               이성보

산중의 화선지에 정적이 먹을 갈아

빽빽이 휘갈려 쓴 홀소리 'ㅣ'자들로

고요가 붓대 잡고서 서체 계속 다듬는다

 

차분한 정자체를, 활기찬 흘림체를

텃새와 말벗바람, 의견이 분분해도

수백 년 풍채 힘 모아 필획수련 끊임없다

 

하늘땅 맞닿도록 치솟는 기세만큼

넉넉히 양팔 낮춰 누운 풀도 다 보듬고

획 굵은 정신일도를 뿜어대는 피톤치드

 

차하

      옥탑방

                        서기석

발치에 마을 품어

하늘과 맞닿은 곳

 

수만 평 저 미리내

이마 위에 펼쳐놓고

 

밤마다

별을 새긴다

우화등선 꿈꾸며

 

초대시조

        은결

                       염창권

직유가 햇빛이라면 은유는 달빛이다

문고리 달빛 닿자 원환의 파동 인다

 

허공에 푹 찔러 넣은 은결 모래 쏟을 때

 

허구의 역사는 피었다가 그냥 진다

적어도 1만 년의 상상력으론 그렇다

 

월인(月印)의 만경 파랑이

네 살 속에 꽃 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