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
고다
김미경
복닥복닥 걸어온 한 생애를 읽는다
쇠심줄 돋우며 달구지 짊어진 길
뼛속에 돋을새김 한 우직을 풀어낸다
커다란 두 눈으로 세상을 굴리며
변죽 울듯 끓는 바람 쇠귀에 경을 읽고
채찍질 멍에 진 등짝 이골이 다 배겼다
한나절 턱 괴어 시간 함께 고는데
울멍울멍 삭힌 말 그제야 녹는다
말로는 다 뱉지 못한 골수 박힌 저 진국
[차상]
참깨밭
문희원
타닥타닥 울음소리 애타기만 하여라
땅심을 부여잡은 푸른 탯줄 끊어지면
여린 것 강보에 싸여
햇살 세례 받는다
여기는 다산면 행복마을 12번 길
찜통더위 달아올라 숨이 가쁜 산비탈
참깨 밭 다둥이네엔
배냇냄새 자욱하다
복대 맨 허리춤 깍짓동 풀어놓고
바람 삼킨 구슬땀 손등을 내리칠 때
꿈꾸던 인큐베이터
신생들 쏟아진다
[차하]
쉼표
황병숙
바람이 억새밭에
속울음 키우듯
길위에 흔들리며
우리 삶 젖어올 때
달려온
숨 까쁜 나날
쉬어가는 그네 하나
[초대시조]
손도마
정경화
골목시장 묵집 할매는
손바닥이 도마다
단단한 나무가 된
물컹하던 손금의 길
수십 년
난전에 내놓은
값을 잃은 골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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