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가는...기록하고 싶은 구절

제39회 중앙시조 대상

바이올렛~ 2020. 12. 7. 17:17

<대상>

  빈

         서숙희

빈, 하고 네 이름을 부르는 저녁이면

하루는 무인도처럼 고요히 머물고

 

내 입엔 셀로판지 같은

적막이 물리지

 

어느 낮은 처마 아래 묻어 둔 밤의 울음

그 울음 푸른 잎을 내미는 아침이면

 

빈, 너는 갓 씻은 햇살로

반듯하게 내게 오지

 

심심한 창은 종일 구름을 당겼다 밀고

더 심심한 나는 구름의 뿔을 잡았다 놓고

 

비워둔 내 시의 행간에

번지듯 빈, 너는 오지

 

<신인상>

  물구나무 서기

                  류미야

절벽을 오르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스스로 벽이 되어

 

칼바람도 들이는

 

한 그루 푸른 나무로

 

발춤 추며,

 

날아오르며,

 

<신춘시조상>

   구멍

                김나경

기둥이 풀려있는 단추를 그러안은

 

헐렁한 하품이다

배고픈 결속이다

 

열리고 닫히는 것이

지금 잠시 흔들린다

 

생명이 없는 것은 그 어둠을 알 수 없지

 

맨 처음 잠겼으니

맨 나중 풀린다는

 

입술이 어처구니없게

헛소리를 물고 있다

 

소통이나 화해 같은 말랑하고 둥근 약속

 

나가려는 너를 잡고

매달리다 떨어져도

 

한 가닥 실오라기는

변치 않을 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