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
문패
최현주
셋방살이 전전긍긍 술 취해 들어오시면
미안하다 하시더니 꿈같은 집 장만에
아버지
종일 부르시던
십팔번이 살던 집
이삿날 준비해 둔 문패 달고 흘린 눈물
날마다 가족위해 보초 서시던 이름 석 자
문패는
그대로두시고
이사 가신 아버지
<차상>
저녁의 포구
최정희
새끼 품은 어미처럼 포구가 누워있다
늘어진 젖을 빨 듯 매어 달린 어선 몇 척
파도는 지친 뱃전을 가만가만 쓸어준다
고단했던 오늘 하루 소주 몇 잔에 위로받은
어부의 얼굴 가득 노을빛 물들었다
등 뒤로 까만 봉지가 달랑달랑 따라간다
어둠 내린 수평선이 바다를 잠근다
어판장을 빠져나온 비릿한 바람 한 점
제 안의 등댓불 쫓아 골목을 오른다
<차하>
석류
김영수
심산 유곡 천길 절벽 틈새를 갈라치고
금은 보화 가득 채운 세월의 곡간 안 쪽
이 가을 막장 알몸을 그대에게 바칩니다.
<초대시조>
나무학교
신춘희
큰 나무 곁의 작은 나무 베다가
서둘러 하늘로 간 아들 생각했습니다
이후로 울컥의 늪에 툭 하면 빠졌습니다
외로울 때 서러울 때
그리울 때 죽고 싶을 때
건너야할 강들이 너무도 많아서
가슴에 눈물강 하나 잡아두고 살았습니다
요즘은 상처를 간신히 견딜만해서
공수래공수거의 삶을 배우고 있습니다
나무의 계절 학교에 6학년 6반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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