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가는...기록하고 싶은 구절

중앙시조 백일장-10월 수상작

바이올렛~ 2020. 10. 28. 15:35

<장원>

문패

     최현주

셋방살이 전전긍긍 술 취해 들어오시면

미안하다 하시더니 꿈같은 집 장만에

아버지

종일 부르시던

십팔번이 살던 집

 

이삿날 준비해 둔 문패 달고 흘린 눈물

날마다 가족위해 보초 서시던 이름 석 자

문패는

그대로두시고

이사 가신 아버지

 

<차상>

저녁의 포구

            최정희

새끼 품은 어미처럼 포구가 누워있다

늘어진 젖을 빨 듯 매어 달린 어선 몇 척

파도는 지친 뱃전을 가만가만 쓸어준다

 

고단했던 오늘 하루 소주 몇 잔에 위로받은

어부의 얼굴 가득 노을빛 물들었다

등 뒤로 까만 봉지가 달랑달랑 따라간다

 

어둠 내린 수평선이 바다를 잠근다

어판장을 빠져나온 비릿한 바람 한 점

제 안의 등댓불 쫓아 골목을 오른다

 

<차하>

석류

     김영수

심산 유곡 천길 절벽 틈새를 갈라치고

금은 보화 가득 채운 세월의 곡간 안 쪽

이 가을 막장 알몸을 그대에게 바칩니다.

 

<초대시조>

나무학교

         신춘희

큰 나무 곁의 작은 나무 베다가

서둘러 하늘로 간 아들 생각했습니다

이후로 울컥의 늪에 툭 하면 빠졌습니다

외로울 때 서러울 때

그리울 때 죽고 싶을 때

건너야할 강들이 너무도 많아서

가슴에 눈물강 하나 잡아두고 살았습니다

요즘은 상처를 간신히 견딜만해서

공수래공수거의 삶을 배우고 있습니다

나무의 계절 학교에 6학년 6반 학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