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
군밤
정두섭
로데오 사거리다 크리스마스이브다
죄 많은 이브가 화덕을 끌어안고
두봉토 오처넌, 떠리
밤을 깐다 밤은 깊다
얼어 죽은 눈 나린다
얼어 죽을 눈 나린다
아직 몇 봄 남은 이브가 건네는 밤
한봉토 삼처넌, 개팽
아직 몇 봉 남았다
차상
예덕나무
양상보
이 봄날 또 누구를 홀리려는 것일까
서귀포 삼매봉 자락 슬며시 건너와서
어린 잎 가장자리에 립스틱을 바른다
서울의 청춘일 때 청량리 골목에도
저렇게 입술들이 떠도는 것을 봤다
밤마다 배고픈 별빛 훔쳐내고 싶었다
예덕아, 내 첫사랑 이름 같은 예덕아
노인성도 춘분이면 남녘 하늘 뜬다는데
한 평생 못 다한 말이 입술 끝에 떠돈다
차하
소
오대환
물난리로 강물에 떠내려갔던 소들이
우생마사 그말처럼 기적같이 살아왔소
감격에 겨워 그 큰 눈
그렁그렁 하였소
소를 찾은 주인이야 한없이 기쁘지만
집을 잃은 소들은 어디로 가야겠소?
갈 곳은 뻔하지 않소
살았어도 무섭소
초대시조
비는 내리고, 하염없이 내리고
서일옥
앞 코가 닳아 헤진 작업화 한 짝과
기름때 잔뜩 묻은 작업복이 울고 있다
울면서 껴안고 있다 수거함 속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조선소 외등은
자꾸만 빗물에 씻겨가는 불빛은
사내의 긴 그림자를 오래도록 쓰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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