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가는...기록하고 싶은 구절

중앙시조 백일장-8월 수상작

바이올렛~ 2020. 8. 27. 17:01

장원

군밤

     정두섭

로데오 사거리다 크리스마스이브다

죄 많은 이브가 화덕을 끌어안고

두봉토 오처넌, 떠리

밤을 깐다 밤은 깊다

 

얼어 죽은 눈 나린다

얼어 죽을 눈 나린다

아직 몇 봄 남은 이브가 건네는 밤

한봉토 삼처넌, 개팽

아직 몇 봉 남았다

 

차상

예덕나무

         양상보

이 봄날 또 누구를 홀리려는 것일까

서귀포 삼매봉 자락 슬며시 건너와서

어린 잎 가장자리에 립스틱을 바른다

 

서울의 청춘일 때 청량리 골목에도

저렇게 입술들이 떠도는 것을 봤다

밤마다 배고픈 별빛 훔쳐내고 싶었다

 

예덕아, 내 첫사랑 이름 같은 예덕아

노인성도 춘분이면 남녘 하늘 뜬다는데

한 평생 못 다한 말이 입술 끝에 떠돈다

 

차하

     오대환

물난리로 강물에 떠내려갔던 소들이

우생마사 그말처럼 기적같이 살아왔소

감격에 겨워 그 큰 눈

그렁그렁 하였소

 

소를 찾은 주인이야 한없이 기쁘지만

집을 잃은 소들은 어디로 가야겠소?

갈 곳은 뻔하지 않소

살았어도 무섭소

 

초대시조

비는 내리고, 하염없이 내리고

                              서일옥

앞 코가 닳아 헤진 작업화 한 짝과

기름때 잔뜩 묻은 작업복이 울고 있다

울면서 껴안고 있다 수거함 속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조선소 외등은

자꾸만 빗물에 씻겨가는 불빛은

사내의 긴 그림자를 오래도록 쓰다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