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가는...기록하고 싶은 구절

중앙시조 백일장-6월 수상작

바이올렛~ 2020. 6. 30. 15:08

장원

순천만

        유혜영

바람의 모서리를 견디는 중인데도

꼿꼿이 일필휘지 필법을 생각한다

온몸이 붓이 되었으니

필체가 웅장하다

 

밀물과 썰물이 조석으로 읽고 가며

오밀조밀 새긴 문장 짠 내가 풍부하다

뻘밭을 꼭 찍어 맛보는

왜가리는 쉼표인가

 

한순간 철새 떼가 갈대를 필사한다

이곳의 진경을 저곳으로 옮긴다

이 세상 가장 거룩한 습지

황홀경이 살고 있다

 

차상

하루

     류용곤

손가락 한 마디가 달 속으로 사라지고

또다시 올라오는 동쪽 하늘 아린 새벽

몇 번을 잘려 나가야 통증 없이 살아날까.

 

차하

소방일기

        남궁중

1

너희는 날기 위해 꿈자리를 비운다지

방수화에 방화복 구두 대신 올려놓고

천 번의 눈 맞춤 끝에 새매* 되어 난다더군

2

뼈를 훑는 사이렌 물줄기 거머쥐면

불길 속 컵라면 한 끼, 면발 잘린 산소통

몇 초의 생수병처럼

물을 쫓아 뒹구는 헬멧

3

이런 밤이면 생각나요

어머니의 붉은 밥상

침상 끝을 써 내려간 처음인 듯 마지막의

그 문장 날개를 달고 눈시울을 나는구나!

*새매:용맹을 상징하는 소방공무원의 표지장이다.

지난 10년간 54명의 소방관이 순직하였다.

 

초대시조

기원

    하순희

미안했다 잘못했다 부디 용서해라

잘 할 거라 잘 지낼 거라 그냥 그리 생각했다

어쩌면 떨쳐버리고 생각하기 싫었다

 

떠다니는 바람처럼 온 우주 떠돌다가

어느 하늘 어느 땅에 비가 되어 내리면

너 떠난 나무 아래서 새움이 돋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