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가는...기록하고 싶은 구절

중앙시조 백일장-5월 수상작

바이올렛~ 2020. 5. 27. 12:43

<장원>

어느 등짝

          김미영

누가 이 섬 안에 부려놓은 바위인가

녹동항 배에 실려

열세 살 소년의 눈에 여태 남은 어느 등짝

 

여기까지 업고 와 등을 돌린 그믐달

칠십년 흘렀지만 단 한번 보지 못한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그리운 서울 한쪽

 

창파에 떠 있지만 소록소록 소록도

한센병의 섬에도 연애질은 있었나보다

눈 한쪽 귀 한쪽 없어도 비익조 사랑은 남아

 

때마침 후드드득 한소절의 소낙비

팔뚝에 낀 우산으로 외려 나를 받쳐준다

한시도 내리지 못 한 십자가 같은 저 등짝

 

<차상>

드라이브 스루

                 김경아

뫼비우스 띠를 따라 용케 잘 오셨습니다

우주행 티켓은 마침 두 장 남아 있군요

당신의 홍채 인식이 결재를 끝냈습니다

 

이곳의 티 메뉴는 블랙이 전부입니다

쓴맛에 뺏긴 시선 흔들림을 유념하세요

목적지 가는 동안은 구매취소 불가입니다

 

유리벽 사이 두고 봄 색채 지워졌다고요

여기선 기계음만이 대화가 허용됩니다

다음에 찾게 될 때는 무선 헬멧 쓰세요

 

<차하>

격세지감

         김나경

'개'라는 접두사의 질기고 긴 수난시대

시고 떫고 맛없다고 개살구 개복숭아

이것 참 개만도 못한, 푸념에나 달려있던

음지도 양지된다는 옳거니 맞는 말씀

21세기 신조어에 칭찬으로 딱 붙어서

개좋아, 개맛있단다 개잘났어, 개만세!

 

<초대시조>

폭포

           노중석

사는 일

벼랑이란들

어찌 다 피해가랴

 

깊은 소

곤두박혀

우레소릴 낼지라도

 

빛 부신

무지개 한 채

덩그렇게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