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가는...기록하고 싶은 구절

중앙시조 백일장-4월 수상작

바이올렛~ 2020. 4. 29. 16:42

<장원>

접속

     박민교


앞과 뒤의 맥락이 끊겨서는 안 된다

밀도 없는 말은 원관념을 넘어서고

방임도 두기로 한다 둘 다 설 수 있을 때까지

 

양단이 대치하는 즉흥적 설정으로

경계를 넘지 못하는 밀폐된 혼잣말

가두고 있어야 하는가 미열을 앓듯이


사랑의 보조관념은 미완의 기교일 뿐

한정된 온도로 최후를 증명한다

동시에 하나로 모인다 절정에서 맞닿는다


<차상>

사의재*를 읽다

                  김숙


유배로 울타리 친 적막한 세상 뒤쪽

포구를 당겨 놓은 기억의 저 편에는

시대에 표류를 했던 한 사내가 보인다


눈 붉은 위리안치 문뱃내 뱉고 있고

주모의 죽비 소리 초당을 깨워간다

적소를 적신 어둠에 베갯잇이 젖는데


목민의 뜨거운 꿈 기지개 켜려는가

갈증이 잦추러 대는 꼿꼿한 붓끝 너머

조선의 어둑새벽이 희붐하게 열린다

*다산이 강진 유배 초기 4년간 머물렀던 주막집


<차하>

폐업

     김현숙


멈춰 선 조리기구 불 꺼진 조명 간판

금전수 된서리에 시한부로 누워있고

뻘쭘한 '대박나세요' 흙바람에 나부끼네


<초대시조>

징검다리를 건너며

                 임영석


1.

나, 이 세상 살아가며

남에게 등 구부려


구부린 등 밟고 가라고

말해 본 적 한 번 없다


그런데 이 징검다리

목숨까지 다 내준다


2.

물의 옷 위에 채운

단단한 돌의 단추


물의 옷을 벗기려면

풀어야 할 단추지만


아무도 이 물의 옷을

벗겨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