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가는...기록하고 싶은 구절

중앙시조 백일장-3월 수상작

바이올렛~ 2020. 3. 26. 15:19

*장원

호모 텔레포니쿠스*

                              장수남

내 안으로 열고 닫는 불면의 검색 창

액정을 통과하는 순간 나는 신이다

습관은 생각에 앞서 손가락을 내밀며


불가능과 가능성의 경계는 사라지고

유령에게 홀린 듯 빠져든 완벽한 자폐

또 다시 나를 열어둔 채 클릭만 반복한다


나를 길들인 것은 나일까 휴대폰일까

주연도 조연도 관객도 일인용 무대

끝없이 황홀한 감옥 쉬지 않고 복제된다

*몸에 휴대전화가 없으면 불안한 현대인을 빗댄 신조어


*차상

빛나라, 황사

         장재원

황사가 없는 날은 노을도 보지 말자

오름을 올랐다가 놓고 오는 다 저녁

산방산 어느 한 자락 그마저 보지 말자


산은 적막에 지고 적막은 산에 진다

저 산에 무덤 하나 여태 남은 꽃향유

반세기 저물어가도 떠나지를 않는다


땅 한 평 없었는데 돌아가시니 한 평 땅

새소리 휴대폰 소리 하늘 끝 저 그리움

아버지 나의 아버지 황사여 빛나시라


*차하

괄호 안에서

            정상미

토요일 절름거리고 일요일 지워질 때

구설수가 모여든 담벼략은 금이 갔다

마당은 앞뒤가 닫혀 봄에 닿지 못한다


한 번의 실수로 기울어진 죄수의 딸

사람들은 돋보기로 나를 들여다본다

자라다 작아지기를 반복하는 상처들


*초대시조

천학, 날다

              유헌

잉걸불 입에 물고

열반에 들었는지


태토(胎土)는 말이 없고

새소리만 요란하다

 

상처가 상처를 보듬는

옹이 같은 만월 한 점


천 년 전 왕조가

다스린 불의 비사


물레에 칭칭 감긴

밀서를 펼쳐 들자


일제히 흰 깃을 치며

날아가는 새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