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
자작나무의 섬*
강영임
주위를 둘러봐도 숨구멍이 다 막혔다
들숨날숨 들고나야 초봄에 잎이 돋지
사할린 꽁꽁 언 바다 생각까지 봉하고
고향이 어디인지 조국이 어디인지
징용 왔다 눈물조차 얼어붙은 동토 끝
무국적
떠도는 바다
제 온몸을
염한다
*사할린을 이이누인 말로 표현
차상
휴지
이종현
버려지는 몫을 위해
침묵을 그러안고
흔적을 기다리다
무심하게 훔쳐 낸다
툭 던져
몸 누인 곳에
자화상 펼쳐보다
차하
터미널
최형만
이곳은 감쪽같이 사라지는 곳이다
붐비던 이야기가 하나둘 떠나갈 때
상처도 막차를 타고 바닥으로 향한다
잠 못 든 시간 속에 서성인 사람들은
구겨진 마음에도 갈 길을 서두는데
해질녘 저문 하늘의 허물 같은 붉은 빛
허공을 날아가는 새들의 몸짓처럼
펄럭인 바람 따라 계절도 가고 있다
이우는 손짓 너머로 푸른 생이 머문다
초대시조
남산모루 들깨꽃-동두천
정용국
큰이모 사시던 남산모루 옛 집터엔
루시킴 몸내 같은 들깨 꽃 한창이다
문간방 세 들어 살던 스물세 살 아가씨
장 구경 나가자며 내 손을 꼭 붙잡고
팥죽을 사주면서 환하게도 웃던 얼굴
고향에 돈을 부치곤 돌아서서 울었지
콜로라도 비행기는 무사히 탄 것일까
들깨 꽃 향기에는 소문도 멍울 지네
초콜릿 쥐어 주던 그 손 아직도 촉촉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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