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가는...기록하고 싶은 구절

중앙시조 백일장-2월 수상작

바이올렛~ 2020. 2. 27. 14:30

장원

자작나무의 섬*

           강영임

주위를 둘러봐도 숨구멍이 다 막혔다

들숨날숨 들고나야 초봄에 잎이 돋지

사할린 꽁꽁 언 바다 생각까지 봉하고

고향이 어디인지 조국이 어디인지

징용 왔다 눈물조차 얼어붙은 동토 끝

무국적

떠도는 바다

제 온몸을

염한다

*사할린을 이이누인 말로 표현


 차상

휴지

     이종현

버려지는 몫을 위해

침묵을 그러안고

흔적을 기다리다

무심하게 훔쳐 낸다

툭 던져

몸 누인 곳에

자화상 펼쳐보다


차하

터미널

       최형만

이곳은 감쪽같이 사라지는 곳이다

붐비던 이야기가 하나둘 떠나갈 때

상처도 막차를 타고 바닥으로 향한다


잠 못 든 시간 속에 서성인 사람들은

구겨진 마음에도 갈 길을 서두는데

해질녘 저문 하늘의 허물 같은 붉은 빛


허공을 날아가는 새들의 몸짓처럼

펄럭인 바람 따라 계절도 가고 있다

이우는 손짓 너머로 푸른 생이 머문다


초대시조

남산모루 들깨꽃-동두천

                   정용국

큰이모 사시던 남산모루 옛 집터엔

루시킴 몸내 같은 들깨 꽃 한창이다

문간방 세 들어 살던 스물세 살 아가씨


장 구경 나가자며 내 손을 꼭 붙잡고

팥죽을 사주면서 환하게도 웃던 얼굴

고향에 돈을 부치곤 돌아서서 울었지


콜로라도 비행기는 무사히 탄 것일까

들깨 꽃 향기에는 소문도 멍울 지네

초콜릿 쥐어 주던 그 손 아직도 촉촉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