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
마중
설경미
요구르트 두 개가 마루 끝에 놓여 있다
빈 집을 살피다가 빨랫줄에 매달고 간
코숭이, 마당에 내려 걷어내는 저 고요
사람이 그리워서 대문에 귀를 걸고
십 분도 놓칠세라 꽃잎처럼 움켜쥔 채
이레 중 단 하루만은 기린목이 되는 여든
자세를 바꿔 앉자 삐걱 우는 대문 새로
호박 넝쿨손이 앞서 나가 반긴다
무더기 은방울꽃이 피고 있는 블라우스
*차상
검은 달
정두섭
은행도 참 별난 은행* 냉골에 불 들이면
골목은 짖어대고 망구는 악다구니
골백번 헤아렸지만, 딱 한 장! 모자라야
구들장 짊어지고 언덕배기 기어오른
구멍 숭숭 낮달이 꿍친 자리 메워준다
그깟 거 없어도 살지마는, 삭신이 쑤셔설랑
징하게 오래 사는 메리야 밥 묵자 밥
마냥 신난 혓바닥이 쭈그렁을 핥을 때
참말로 뜨신 눈총들, 분화구마다 활활
(*달동네 독거노인들에게 연탄을 무료로 나눠주는,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차하
치매
윤종영
주인 잃고 정신 줄
놓아 버린 몽당 빗자루
헛간 앞에 웅크린 채
햇살만 쬐고 있다
지금은 어느 기억을
쓸어내고 있는 걸까
*초대시조
다시 가을이 옵니다
조명선
그러나 이 계절에 나직이 용서받자
눈빛을 끌어당겨 뒤적이고 뒤척이며
서러운 미열로 남아도 심장 소리 환했다고
그러나 첫마디를 이렇게 고백하자
내게로 번져오는 나뭇잎들의 몸 내
순결한 바람이 되어 네가 반짝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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