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가는...기록하고 싶은 구절

중앙시조 백일장-10월 수상작

바이올렛~ 2019. 11. 18. 19:31

*장원

       마중

          설경미


요구르트 두 개가 마루 끝에 놓여 있다

빈 집을 살피다가 빨랫줄에 매달고 간

코숭이, 마당에 내려 걷어내는 저 고요


사람이 그리워서 대문에 귀를 걸고

십 분도 놓칠세라 꽃잎처럼 움켜쥔 채

이레 중 단 하루만은 기린목이 되는 여든


자세를 바꿔 앉자 삐걱 우는 대문 새로

호박 넝쿨손이 앞서 나가 반긴다

무더기 은방울꽃이 피고 있는 블라우스


*차상

   검은 달

          정두섭


은행도 참 별난 은행* 냉골에 불 들이면

골목은 짖어대고 망구는 악다구니

골백번 헤아렸지만, 딱 한 장! 모자라야


구들장 짊어지고 언덕배기 기어오른

구멍 숭숭 낮달이 꿍친 자리 메워준다

그깟 거 없어도 살지마는, 삭신이 쑤셔설랑


징하게 오래 사는 메리야 밥 묵자 밥

마냥 신난 혓바닥이 쭈그렁을 핥을 때

참말로 뜨신 눈총들, 분화구마다 활활

(*달동네 독거노인들에게 연탄을 무료로 나눠주는,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차하

    치매

         윤종영


주인 잃고 정신 줄

놓아 버린 몽당 빗자루


헛간 앞에 웅크린 채

햇살만 쬐고 있다


지금은 어느 기억을

쓸어내고 있는 걸까


*초대시조

다시 가을이 옵니다

             조명선


그러나 이 계절에 나직이 용서받자

눈빛을 끌어당겨 뒤적이고 뒤척이며

서러운 미열로 남아도 심장 소리 환했다고


그러나 첫마디를 이렇게 고백하자

내게로 번져오는 나뭇잎들의 몸 내

순결한 바람이 되어 네가 반짝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