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가는...기록하고 싶은 구절

중앙시조 백일장-9월 수상작

바이올렛~ 2019. 9. 27. 12:43

*장원

분리수거

     한미숙


사무실

의자 하나

길 가에 버려졌다


씨름판 이긴 자의

가차 없는

내동댕이


오늘은

의자 하나가

한 남자를 밀쳐냈다


*차상

    조담우


클릭한 입 안으로 번지는 바이러스

치료 버튼 깜짝 놓친 잇몸이 저려온다

몇 개 더 생성이 되는 강력한 백업 파일


완두콩 참깨 밭에 옥수수나무 팥밥까지

바탕화면 열려도 보이지 않는 입쌀의 밥

해킹에 성공한 적이 있는 내용이 야물다


택배로 전송해 온 모정의 압축파일

저물녘에 불러내어 전등 아래 풀어보면

근심의 1바이트조차 버퍼링 긴 용량이다


*차하

목련, X-ray를 찍다

           황병숙


사나흘 손 떨리던 목련이 판독됩니다

봄비가 내린 날도 황사 반점 신열 앓고

저 멀리 자식들 안부

가지에 걸렸습니다


바람든 무릎 꿇어 수만 번 조아린 흔적

밤 새워 향기 키운 나무만 매만집니다.

검버섯의 잎새 사이로

어머니가 절뚝입니다


둥그런 그늘 한 점 속잠 든 목련 품고

딸깍, X-ray 형광판 제 할 일 마칩니다

오후가 기울어 갑니다

자식들은 알지 못한


*초대시조

가을 자화상

     서연정


초고를 던져주고 여름은 돌아갔다

빽빽하게 들어찬 활자를 솎아내는 일

천지간 들끓는 신열 진통의 시작이다


벌레들 기어간 자국 반점 앉은 잎사귀

덧칠에 서툰 붓질 뜻밖의 그림 본다

찬란한 허구를 꿈꾼 부끄러운 자화상


가을은 온몸으로 생의 불티를 턴다

쏟아지는 그리움 무엇의 암시일까

눈부신 거짓말처럼 목숨이 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