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가는...기록하고 싶은 구절

중앙시조 백일장-8월 수상작

바이올렛~ 2019. 8. 30. 15:34

<장원> 사백 년 전 띄운 편지


"남들도 우리처럼 이런 사랑 할까요?"

*월영교 달빛 아래 편지를 읽습니다

사백 년 시공을 넘도록 다 못 부른 당신아!

그리움 올올이 엮어 머리칼로 칭칭 감아

애끓는 마음 녹여 씨 날줄 수를 놓고

마지막 가는 발걸음 자욱 자욱 적셨네

자네와 나 새긴 정 찬찬히 읽으시고

꿈 속에 꼭 오시어 여쭙건 답해주오

누구를 아기와 원이는 아버지라 부를까요?

-김정애

*경북 안동에 있는 댐.

400여 년 전 무덤 속에서 머리칼로 삼은 미투리와 손편지가 발견


<차상> 바람집


땅에서 솟아났나 하늘에서 떨어졌나

멀쩡한 내 집 마당 삭정이 두서너 개

치우면 치운 그 자리 다시 거기 놓인다


무심히 올려보니 하늘에 집이 있다

세상에 떠밀렸나 전봇대 끝에 앉아

온몸의 침을 토하며 버무려낸 까치 한 쌍


나뭇가지 천육백 개 들어간 집이라고?

얼기설기 엮어낸 하늘아래 첫 동네

저 허공 무사하기를, 화살기도 날려본다

-김미영


<차하> 백세시대


'가족처럼 모신다'는 광고 걸린 요양병원

백세 꿈에 저당 잡힌 또 한 생이 기탁 된다

이승의 마지막 주소 적어두는 통과의례


제 나이 헤는 것이 죄 짓는 것만 같아

세상사 인연의 끈 스스로 잘라내는

허공에 붙박은 시선이 한순간 흔들린다


세월에 잘린 기억들 꽃잎처럼 흩날리고

얕은 꿈길 어디쯤에서 무너지는 생의 나이테

노을진 서녘하늘에 붉은 별이 돋는다

-김귀현


<초대시조> 이면지가 쌓인다


방심하다 모인 감정 새 노트가 될 것이다


조만간 쓸 것이다 쓸 일이 있을 것이다


한 번만

사용한 서운함이나

두 번 볼 일 없으리라


쓰다만 감정마다 X표를 그리면서


뒷장을 기다린다 기다리다 뒷장이 된다


우리는

뒷장만 가졌다

버려질 걸 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