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
갱년기
돋은 닭살 간데없다 끓는점 닿는 순간
속속들이 건조해도 기름기는 남아있다
포차 속 통닭 한 마리 섣부른 숨 고른다
솟음치는 맥박과 발그레한 민낯으로
순간 포착 기다리며 지난날을 소환한다
바래진 기억 너머에 펴지 못한 두 날개
시원한 생맥주에 또 한 잔을 외치며
발효된 시간 위에 거품을 걷어낸다
종영된 반세포의 힘 후속편을 꿈꾸며
-황남희
*차상
솥의 전언
귀 두 개 무쇠솥이 세상 얘기 들으란다
발 세 개 거북솥이 잘 버티고 살라 한다
수천 도 불구덩이도 꺾지 못한 저 고집
가마솥밥 먹으려다 찡해오는 가슴 한편
구부정한 거북 등에 여섯 식구 태우셨던 아버지
젊은 한때가 시우쇠로 일어난다
-류영자
*차하
바람개비
그 오랜 날갯짓은
비상을 꿈꾸는 일
발싸심 시심 따라
바람결에 몸 맡긴 채
반생애 밑줄 긋고서
끝내 던진 출사표
-서기석
*초대시조
수목장
산에 오르자 산이 제발로 내려오고 있었다.
정상으로 길을 내던 바람이 비켜서서
굳은 몸 통성으로 푼 폭포수를 보고 있다.
나무의 그림자가 키를 한껏 낮춘 오후
풀잎은 풀잎끼리 마른 가슴 비비는데
언 발목 시린 노루가 굴피 집을 엿본다.
나는 안다, 산이 쉽게 그늘에 젖는 이유
층층이 누워 있는 아버지에 그 아버지
허연 뼈 묻어도 좋을 소나무 밑 때문이다.
-이 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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