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가는...기록하고 싶은 구절

중앙 시조 백일장 - 7월 수상작

바이올렛~ 2019. 7. 31. 18:40

*장원

   갱년기


돋은 닭살 간데없다 끓는점 닿는 순간

속속들이 건조해도 기름기는 남아있다

포차 속 통닭 한 마리 섣부른 숨 고른다


솟음치는 맥박과 발그레한 민낯으로

순간 포착 기다리며 지난날을 소환한다

바래진 기억 너머에 펴지 못한 두 날개


시원한 생맥주에 또 한 잔을 외치며

발효된 시간 위에 거품을 걷어낸다

종영된 반세포의 힘 후속편을 꿈꾸며

     -황남희


*차상

   솥의 전언


귀 두 개 무쇠솥이 세상 얘기 들으란다

발 세 개 거북솥이 잘 버티고 살라 한다

수천 도 불구덩이도 꺾지 못한 저 고집


가마솥밥 먹으려다 찡해오는 가슴 한편

구부정한 거북 등에 여섯 식구 태우셨던 아버지

젊은 한때가 시우쇠로 일어난다

    -류영자


*차하

   바람개비


그 오랜 날갯짓은

비상을 꿈꾸는 일


발싸심 시심 따라

바람결에 몸 맡긴 채


반생애 밑줄 긋고서

끝내 던진 출사표

    -서기석


*초대시조

   수목장


산에 오르자 산이 제발로 내려오고 있었다.

정상으로 길을 내던 바람이 비켜서서

굳은 몸 통성으로 푼 폭포수를 보고 있다.


나무의 그림자가 키를 한껏 낮춘 오후

풀잎은 풀잎끼리 마른 가슴 비비는데

언 발목 시린 노루가 굴피 집을 엿본다.


나는 안다, 산이 쉽게 그늘에 젖는 이유

층층이 누워 있는 아버지에 그 아버지

허연 뼈 묻어도 좋을 소나무 밑 때문이다.

      -이 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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