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6월 수상작]
천은사, 붉은 점 모시나비
남궁증(장원)
몸을 치는 쇳소리가 훑고 가는 산비탈엔
구름을 등에 지고 헐벗었던 땅의 궤적
엎드려 평생을 살던 뼈만 남은 쇠가죽
호미로 써내려간 자식걱정 일대기가
꽃샘바람 애가 끓어 밤을 새워 울더니만
멍든 몸 자줏빛 한숨 종루를 흔드는데
이슬의 갈피마다 옷깃여민 범종소리
접었다 펼치는 수만 번의 날갯짓이
붉은 점 눈물방울로
댕그렁!
날아오른다
유 채 꽃
이기선(차상)
여인네 몇 사람이 예저기서 수군대다
이집 저집 저녁상에 반찬으로 오르더니
마침내 뻔한 소문처럼
온 밭에 파다하다
찌를 던져놓고
여운(차하)
휘감아 내던지면
펄럭이는 하늘자락
삭여온 울분일까
닻줄도 못 내리고
따라온 푸른 집착만
찌를 던져 놓는다
반평생 넓힌 품에
꼬인 줄을 풀어준다
눈먼 길 일으켜줄
은비늘을 기다리며
바람에 흔들릴망정
낡은 뼈대 꼿꼿하다
[초대시조]
시간 밖에서
김정연
먼 우리
즈믄 해 건넌 바람인 줄 알고부터
숨결 마디마디 청대를 심었습니다.
깊은 밤
대숲 감도는 궤나* 소리
당신인가요?
(*잉카인들은 사랑하는 이가 죽으면
그 정강이뼈로 악기를 만들어 떠난 이가
그리울 때마다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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