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일기
김나경
올라가고 내려가고 쉼 없이 움직이다가
한숨 돌리느라 갚판으로 나가 본다
눈 끝을 째리고 있는 저 하늘 강한 햇빛
내 손에 들려있는 망치와 스패너가
햇살을 맞받으며 은빛을 내뿜는다
뜨겁게 반짝거린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빛이 강할수록 바다는 깊어진다는
물길의 가르침을 오늘에야 어렴풋이
두어 뼘 휴식이 주는 충전을 비축한다
파도가 헉헉대며 물꽃을 피워 물 때
그 물결 눈높이로 불러보는 서해 바다
수평선 맞닿은 거기, 꿈자리가 봉긋하다
-중앙 시조 백일장 4월 장원 수상작
감자
이주식
낮달 같은 씨감자가 눈 또릿 도사린다
춘분 밝은 햇살 아래 탱그런 몸짓으로
꿈꾸던 초록 함성을 호미 끝에 불러내다
꽃샘 추위 고비 넘어 애지중지 피워낸 잎
종달이 노래 따라 행복의 키를 키워
이웃집 청보리처럼 내 그늘도 만든다
단오절 북소리에 까투리 홰친 고랑
가지마다 꽃 등 켜고 뿌리 매단 푸네기들
청천에 그림 같은 삶 주고 갈 어미 봄을...
-중앙 시조 백일장 4월 차상 수상작
엘리베이터에 갇혀
류홍
암흑의 엘리베이터
28분 두려웠다
핸드폰 배터리는
깜박깜박 졸고 있고
막장에 정지된 시간
관 속에서 더듬는다
상가의 사람들은
모두들 퇴근했고
화요일은 수요일로
가지 못해 웅크리고
걸어온
계단 하나하나
다 무너져 내린다
-중앙 시조 백일장 4월 차하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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