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
느 루
김현장
노을빛 짙은 갈대숲 지나는 바람 무리
그대 종종걸음 서둘지 마세요
갯벌 속 계절의 향기가 숨어들고 있어요
꽃구름 슈크림처럼 넌출 거리며 오고 있네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강바닥 느린 유속으로 가없이 흐르기로 해요
거꾸로 매달린 종유석이 자라나고
갓 베인 시간들은 논바닥에 쓰러져
늦가을 햇살 바람을 온몸으로 즐기네요
*차상
꽁치의 활극
최종천
칼을 거꾸로 잡고서
견디는 바다가 있다
검거나 푸른 무대
소금색은 빛난다
짠 것은 힘이 강하다
아! 살거나, 죽거나
*차하
결과지
권선애
가지에 달린 꽃눈이 이듬해를 바라본다
겨울을 이겨내고 꽃피려다 쇠락한 몸
준비된 줄기가 없어 새봄이 아득하다
손에 잡힌 겨드랑 눈 악성으로 번질 때
늘어난 가지 사이로 파고드는 칼바람
한쪽을 잘라버려도 꽃 피울 수 있을까
반값에 사 놓았던 철 지난 꽃무늬 옷
옷걸이에 매달려 웃는 계절 기다린다
*초대시조
빈 젖병
신필영
전깃줄에 올망졸망 모여 앉은 참새 떼처럼
병꽃나무 가지 위에 분홍 병들 걸려있다
속까지 비쳐 보일 듯
기울이면 향내 날 듯
"천사의 집" 분통 방에도 햇살은 건너와서
어미 혼자 낳아놓은 참새만한 어린 것들
세상 일 눈도 못 뜬 채
물고 있다 젖병, 젖병
※천사의 집:미혼모들의 출산과 입양을 주선해주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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