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가는...기록하고 싶은 구절

중앙시조 백일장-11월 수상작

바이올렛~ 2019. 11. 29. 14:28

*장원

느 루

     김현장


노을빛 짙은 갈대숲 지나는 바람 무리

그대 종종걸음 서둘지 마세요

갯벌 속 계절의 향기가 숨어들고 있어요

꽃구름 슈크림처럼 넌출 거리며 오고 있네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강바닥 느린 유속으로 가없이 흐르기로 해요

거꾸로 매달린 종유석이 자라나고

갓 베인 시간들은 논바닥에 쓰러져

늦가을 햇살 바람을 온몸으로 즐기네요


*차상

꽁치의 활극

      최종천


칼을 거꾸로 잡고서

견디는 바다가 있다


검거나 푸른 무대

소금색은 빛난다


짠 것은 힘이 강하다

아! 살거나, 죽거나


*차하

결과지

      권선애

가지에 달린 꽃눈이 이듬해를 바라본다

겨울을 이겨내고 꽃피려다 쇠락한 몸

준비된 줄기가 없어 새봄이 아득하다


손에 잡힌 겨드랑 눈 악성으로 번질 때

늘어난 가지 사이로 파고드는 칼바람

한쪽을 잘라버려도 꽃 피울 수 있을까

반값에 사 놓았던 철 지난 꽃무늬 옷

옷걸이에 매달려 웃는 계절 기다린다


*초대시조

빈 젖병

       신필영


전깃줄에 올망졸망 모여 앉은 참새 떼처럼

병꽃나무 가지 위에 분홍 병들 걸려있다

속까지 비쳐 보일 듯

기울이면 향내 날 듯


"천사의 집" 분통 방에도 햇살은 건너와서

어미 혼자 낳아놓은 참새만한 어린 것들

세상 일 눈도 못 뜬 채

물고 있다 젖병, 젖병


※천사의 집:미혼모들의 출산과 입양을 주선해주는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