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
외동덤
-권선애
등 뒤에 꼭 붙어 나란이 누워 있다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 잠들고 싶었는데
어미의 품속인 듯해 파도 없이 잠이 든다
보육원에서 태어난 내 이름과 생년월일
그곳에서 뛰쳐나와 풍파 속 유영할 때
기대고 싶어서일까 젖은 등을 내밀었다
피붙이 하나 없이 덤으로 끼워져
풀어 놓은 날들은 눈치만 싱싱했다
혼자서 등 떠밀려도 물결따라 여기까지
*차상
어떤 유형 자산
-김정애
기다린 듯 통장 속 잔고가 텅 비었다
실금 난 바닥으로 빠져나간 흔적들
선명한 잉크 자욱이 한숨으로 찍혔다
가진 건 몸뚱이 하나 하루를 팔고 산 품
닳고 단 손 끝으로 옷깃 꼭꼭 여며 주던
앙상한 감가연수에 옹이가 박혔 있다
어머니는 비워내도 당연한 줄 알았다
쉰 두 해 지나도록 몰랐던 괜찮단 말
옹이는 흔적을 품었다 피돌기가 뜨겁다
*차하
자목련
-이용호
남편과 사별하고 불면의 강을 건넜다
딸마저 가슴에 묻고 나목의 산도 넘었다
처녀 땐 백목련이었던 어머니의 새 자태
*초대시조
물새를 읽다
-박화남
애당초 아버지는 물새가 분명하다
무논에 얼굴 담가 부리가 닳았는지
쓸쓸히
날개가 젖었어도
말수가 없으셨다
뼈마디 결린다고 개구리가 우는구나
혼잣말을 흘려놓고 새벽을 물리셨다
물 위에
세운 그림자
한평생 목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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