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가는...기록하고 싶은 구절

중앙시조 백일장-1월 수상작

바이올렛~ 2020. 1. 30. 15:08

*장원

외동덤

          -권선애

등 뒤에 꼭 붙어 나란이 누워 있다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 잠들고 싶었는데

어미의 품속인 듯해 파도 없이 잠이 든다


보육원에서 태어난 내 이름과 생년월일

그곳에서 뛰쳐나와 풍파 속 유영할 때

기대고 싶어서일까 젖은 등을 내밀었다


피붙이 하나 없이 덤으로 끼워져

풀어 놓은 날들은 눈치만 싱싱했다

혼자서 등 떠밀려도 물결따라 여기까지



*차상

어떤 유형 자산

                  -김정애

기다린 듯 통장 속 잔고가 텅 비었다

실금 난 바닥으로 빠져나간 흔적들

선명한 잉크 자욱이 한숨으로 찍혔다

가진 건 몸뚱이 하나 하루를 팔고 산 품

닳고 단 손 끝으로 옷깃 꼭꼭 여며 주던

앙상한 감가연수에 옹이가 박혔 있다

어머니는 비워내도 당연한 줄 알았다

쉰 두 해 지나도록 몰랐던 괜찮단 말

옹이는 흔적을 품었다 피돌기가 뜨겁다



*차하

자목련

           -이용호

남편과 사별하고 불면의 강을 건넜다

딸마저 가슴에 묻고 나목의 산도 넘었다

처녀 땐 백목련이었던 어머니의 새 자태



*초대시조

물새를 읽다

              -박화남

애당초 아버지는 물새가 분명하다


무논에 얼굴 담가 부리가 닳았는지

 

쓸쓸히

날개가 젖었어도

말수가 없으셨다


뼈마디 결린다고 개구리가 우는구나


혼잣말을 흘려놓고 새벽을 물리셨다

 

물 위에

세운 그림자

한평생 목이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