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가는...기록하고 싶은 구절

중앙시조 백일장-11월 수상작

바이올렛~ 2020. 11. 26. 14:50

<장원>

  연탄꼬리지느러미

                      손창완

해파리에 쏘인 듯 파르르 떨고 있는

난생처음 배달봉사 연탄을 드는 날은

 

앞서 간 언덕 구비가

서둘러 길을 냈다

 

뒤꿈치 들고 뛰며 오르내린 힘겨움이

방석없는 땅바닥에 철푸덕 앉았는데

 

할머니 석달치 분량

주름이 지워진다

 

껌정 묻은 옷 털고 언덕을 구부리고

연탄 한 장 미끼 끼워 아궁이에 던진다

 

갓 잡아 올린 불꽃이

푸득대는 일요일

 

<차상>

   소금

            한영권

죽비로 잠을 쫓듯 파도로 제 몸 때려

도를 닦은 바닷물이 열반에 들으셨다

세신을 마친 영구를

염전으로 운구했다

 

염부가 땀을 흘려 염기를 더하고서

정성껏 염한 후 다비식이 치러졌다

불이요! 불 들어가요!

여름 볕이 뜨겁다

 

마침내 다비의 불길이 적멸에 들자

바닷물의 골수가 하얗게 드러났다

영롱히 빛나는 가루

바닷물의 사리다

 

<차하>

     무

                주연

단 한번 소풍 길에 제대로 발목 잡혀

흙 속에 발을 담고 평생을 산다 해도

세상과 이어진 줄기 나날이 짙푸르다

 

<초대시조>

      전봇대 또 전봇대

                            김성영

지상을 빼곡 채우고 하늘로 솟는 집떼들 사이 만만한 부스러기 단칸 하나쯤은 남아 있겠지 만삭인 새댁의 스텝 남편보다 씩씩한데

 

전봇대에 올라붙은 전세 달세 원투 잽이 머나먼 아라비아 숫자로 그들을 돌려세워 헐거운 두 쌍의 어깨 점점 가라앉는다

 

으슥한 골목에서 싸구려로 손짓하는 만만한 숫자의 정체는 '잠만 자는 방'이다 하이고, 잠잘 시간도 없는데 잠만 자고 살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