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가는...기록하고 싶은 구절

중앙시조 백일장-3월 수상작

바이올렛~ 2021. 3. 25. 18:43

[장원]

  뜸

                  권선애

노모와 아들이 식어가는 햇볕을 센다

아가야 밥물은 손가락 세 마디까지

쉰 아들 몸만 불리고 멈춰 있는 다섯 살

 

밥통에 걱정을 앉혀 처음으로 밥하는 날

취사 버튼 먼저일까 보온 버튼 먼저일까

머리를 갸웃거리니 먼발치는 한숨이다

 

김 빠지는 소리에 걱정은 뜸이 들어

눈앞에 뜨거운 웃음 골고루 퍼지면

하루해 지탱한 관절 쭉 뻗고 한술 뜬다

 

[차상]

   입춘

                     조현미

촘촘 누빈 무명옷 솔기 그예 터졌는지

나목들 초리마다 목화송이 분분하다

햇살 휜 지느러미에 언 강도 길을 풀어

 

먼 북쪽 돌아오는, 그 발바닥이 가렵겠다

아랫녘 산 절집엔 잎이 버는 홍매화

붓두껍 밀어 올린다 입춘방울 적는다

 

[차하]

   간격

                    류용곤

언제부터 가던 길 서리가 자라나고

무심코 바람 불어 메말라 흩어지면

앉고 또 일어난 곳엔 그늘이 서늘했다.

 

좁혔다 벌어졌다 조급하게 가던 세상

움츠려 몸 사리고 털어 낸 시간 속에

조금씩 다독여 가며 다시 서는 그 자리.

 

[초대시조]

        씀바귀

                이태순

소태 씹은 것 같은

 

그런 날

 

그 떫은 날

 

그냥 꿀꺽 삼켰지

 

태생이 흙인지라

 

목구멍

비집고 피는

씀바귀 꽃 지천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