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
뜸
권선애
노모와 아들이 식어가는 햇볕을 센다
아가야 밥물은 손가락 세 마디까지
쉰 아들 몸만 불리고 멈춰 있는 다섯 살
밥통에 걱정을 앉혀 처음으로 밥하는 날
취사 버튼 먼저일까 보온 버튼 먼저일까
머리를 갸웃거리니 먼발치는 한숨이다
김 빠지는 소리에 걱정은 뜸이 들어
눈앞에 뜨거운 웃음 골고루 퍼지면
하루해 지탱한 관절 쭉 뻗고 한술 뜬다
[차상]
입춘
조현미
촘촘 누빈 무명옷 솔기 그예 터졌는지
나목들 초리마다 목화송이 분분하다
햇살 휜 지느러미에 언 강도 길을 풀어
먼 북쪽 돌아오는, 그 발바닥이 가렵겠다
아랫녘 산 절집엔 잎이 버는 홍매화
붓두껍 밀어 올린다 입춘방울 적는다
[차하]
간격
류용곤
언제부터 가던 길 서리가 자라나고
무심코 바람 불어 메말라 흩어지면
앉고 또 일어난 곳엔 그늘이 서늘했다.
좁혔다 벌어졌다 조급하게 가던 세상
움츠려 몸 사리고 털어 낸 시간 속에
조금씩 다독여 가며 다시 서는 그 자리.
[초대시조]
씀바귀
이태순
소태 씹은 것 같은
그런 날
그 떫은 날
그냥 꿀꺽 삼켰지
태생이 흙인지라
목구멍
비집고 피는
씀바귀 꽃 지천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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