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 다녀온 일주일 뒤, 옆구리에 절벽 하나가 만들어졌다.
한 발만 더 나가면 늪인 줄 알면서, 살짝만 밟아도 덫인 줄 알면서,
그 끝이 낭떠러진 줄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가야만 하는 때가 있다.
누구도 내 등을 떠밀지 않았다. 나는 갔고, 낭떠러지에서 떨어졌다.
절벽은 까마득하게 높았다. 짧은 유서를 남겨놓고 아들 규가 자살했다.
생의 파도가 내 옆구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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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과 푸른 초원은 아득한 지평선 끝에서 몸을 하나로 합쳤다.
그 사이로 뭉게구름이 유유히 떠다녔다.
맹렬하게 달려가는 지프의 흔들림이 아니었다면 모든 것이 정지된 것처럼 보였을 풍경.
녹색의 지평선은 시선을 끌며 자꾸만 멀어져갔고,
지평선을 흔드는 산봉우리도 언덕도 보이질 않았다.
가끔 말을 탄 유목민들이 불쑥 풍경을 흔들며 나타났다가 천천히 양떼를 몰며 사라졌다.
말을 타고 초원을 질주하고 싶은 욕망에 가슴이 들끓었다.
초원은 자꾸만 심장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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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사막의 심장이었고 영혼이었다.
쉬지 않고 모래를 이동시켜 새로운 사구를 만들었고 또 지워버렸다.
사막은 파도처럼 출렁이며 모래 위에 바람의 결을 새겼다.
내가 상상했던, 황폐한 풍경은 어디에도 없었다.
낙타는 콧구멍을 닫아 바람을 견뎠고, 기다란 눈썹으로 모래를 막으며 천천히 걸었다.
지상의 사막은 여기에 있고, 내 마음의 사막은 내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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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타르에서 온다는 자동차는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나는 게르 옆의 초원에 누워 자동차를 기다렸다.
초원에 밤의 고요가 함박눈처럼 내렸다.
강물처럼 별들이 흘렀고, 바람이 나를 어루만지며 지나갔다.
세계의 변두리에서 위험하게 떠돌며 살아온 삶들이 눈앞에 떠올랐다 스러졌다.
시간이 내 기억을 모두 지워버리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리하여 백치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다만 어디에나 존재하나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규를 환각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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