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오래전부터 이혼의 무게를 저울질하고 있는 작은올케에게
빨간 오픈카는 수십억의 빚과 함께 '이혼' 접시 쪽에
육중한 추가 되어 매달린 것이 분명했다.
'인내' 쪽 접시에 남은 것은 이제 네 살된 조카 태욱이뿐이었다.
그 귀염둥이 녀석은 한 품에 안기는 자그마한 몸뚱이로 제 아비의
각종 신용불량 행각과 빨간 스포츠카의 무게까지 모두 당해내느라
안 해도 될 고생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요즘 태욱이의 귀여움이 절정에 달한 덕분에 작은올케의
'인내' 접시는 위태롭게나마 '이혼' 접시의 버거운 무게를 견뎌내고 있었다.
-참 이상하게도, 나 김혜나는 한 사람인데 내가 어떤 직함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내 의견의 무게가 천지 차이로 달라졌다.
당장 큰오빠 부부를 보면 알 수 있었다.
똑같이 "오늘 짜장면 먹자"라고 말해도, 내가 보육실 직원일 때는
"짜장면 집어치워라. 너는 어떻게 먹는 생각밖에는 없니"라는 대답이 돌아오고
내가 이사일 때는 "혜나가 짜장면을 먹자고 하네요.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어머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낱 짜장면에도 이럴진대 다른 일들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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