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가는...기록하고 싶은 구절

능수엄마-김용만 소설

바이올렛~ 2012. 10. 5. 20:05

허마두의 얼굴이 벌개진다.

그는 항상 죄와 야비를 선과 악의 개념으로 인식해 오고 있다.

그것이 허마두의 도덕규범이다.

그는 죄와 야비를 색깔에 비유하여 설명하길 좋아했는데,

죄의 색은 검고 흰 단색밖에 낼 수 없지만 야비의 색은 천연색과 같아서

자유자재로 변색하기 때문에 화려한 미덕의 색을 잘 흉내낼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야비는 진실한 척, 겸손한 척, 의리 있는 척하고 잘 속일 수 있기 때문에

악 중의 악이요 독 중에서도 지독(至毒)이라는 것이다.

야비가 죄보다 더 해롭다는 말은 바로 그 때문이다.

죄는 법으로 옭아맬 수 있지만 야비는 법망이란 그물로도 씌울 수 없어 더더욱 해롭다.

공자도 "그럴듯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자를 싫어한다"고 했지만

거짓이면서도 참인 척인 것, 범죄이면서도 법으로 다스릴 수 없는 것이 야비다.

오염되었으면서도 순수한 척인 것, 가해자이면서도 피해자인 척인 것이 야비다.

죄를 지으면 형벌이란 매를 맞지만 야비한테 걸리면 사람이 미치고 만다.

이 세상이 정의롭지 못하고 부조리한 사회가 되는 것도 속은 검으면서

겉으로는 착하고 겸손하고 예의바른 척 행동하는 야비한 인간들 때문이라는 게

허마두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