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스름한 형광등 불빛 아래 드러난 어설프고 낯선 집기들.
미세한 공기의 흐름, 적막감, 알 수 없는 불안, 그리고 미묘한 긴장감......
문득 발밑의 무늬가 눈에 밟힌다.
큰 삼각형 안에 보다 작은 삼각형, 그 안에 더 작은 삼각형,
그 안에 더 작은 삼각형......여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프랙털 구조였어. 단순한 모양이 반복되면서 복잡하고 거대한 모양을 만드는 프랙털.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일상의 반복, 우연과 필연의 교차,
그리고 보이지 않는 인간의 마음도 어쩌면 이와 닮지 않았을까.
-모치코 케이크를 산 것은 네 잘못이 아니다 中에서
생각해 보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낳아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그 시간들을 지나왔나 싶었다.
혹한의 이른 아침마다 혼곤히 잠든 어린것을 싸안고
시어머니에게로 향할 때면 몸보다도 마음이 더 추웠고,
밤새 열감기에 시달린 아이를 내려놓고 돌아설 적에는
발목에 쇠공이라도 매달린 것 같았다.
아이가 병치레를 할 때마다 시어머니는 남편과 똑같은 표정을 지으며
슬그머니 운을 떼시곤 했다.
그만두기엔 아까운 직장이다만 어린것이 너무 불쌍하구나......
아이가 젖병을 떼고 기저귀를 떼자 나를 옭아맨 굵은 오랏줄 하나가
툭 떨어져 나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이가 혼자 서고 혼자 숟가락질을 하자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아이가 똥을 누고 나서 스스로 뒤처리를 하고 나오던 날은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놀이방을 드나들고 유치원에 재미를 붙이고......
그러면서 아이는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점점 더 많아졌다.
.
.
잽파크에 도착한 것은 거의 석양 무렵이었다.
터키석 빛깔의 망망대해와 깎아지른 듯한 거대한 단애는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주었다.
파도가 몰려와 끊임없이 부딪히며 철썩거려도 바위들은 그저 태무심했고,
물감으로 찍은 듯 선명하고 고운 언덕 위의 지붕들은 유순하고 따뜻해 보였다.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진 산책로엔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오가고 있었지만
거대한 대자연이 눈앞에 펼쳐져 있기 때문인지 사방이 허허롭고 적막하게 느껴졌다.
-구름위의 집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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