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가는...기록하고 싶은 구절

삶의 향기 몇점-황동규 산문집

바이올렛~ 2012. 8. 18. 17:05

인간에게는 잘생겼거나 못생겼거나 성스러운 면이 있는 것이고

그것은 주로 자기 자신다울 때 나타나는 것이다.

지배적인 문화가 항상 높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성스러울 때 인간들의 비교의 기준으로 잴 수가 없다.

-부네탈/보사 얼굴 中

 

우리나라 문학 상황에서는 술이 긴요하다.

술이 인간과 인간 사이의 장벽을 허물어버려 인간 이해와 사랑에

도움이 된다는 그런 큰 뜻에서가 아니라, 우리나라 문학비평의 고통스럽지만

필요한 핵심 하나를 보완해 주기 때문이다.

80년대부터 글로 씌어지는 대부분의 한국비평은 누군가 '주례사 비평'이라고

했듯이 온통 잘 봐주기 비평이 대부분이다.

A라는 작품은 이래서 좋고 B라는 작품은 저래서 좋다.

C는 C대로, D는 D대로 좋다.

그건 중고등학교 국어교사가 교과서에 실린 작품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일인데, 우리 문학평론 판이 바로 그 수준이 될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술판에서는 진짜 비평이 행해진다.

숨어 있거나 무시당하던 작가나 시인이 전면에 나서기도 하고

잘나가는 작가나 시인이 눈앞에서 여지없이 빠개지기도 한다.

소화불량에 걸린 문학이론 정도는 사정없이 내팽겨쳐진다.

그러다가 언쟁도 일어나고 다툼도 일어난다.

그러나 이런 진짜 대화의 마당마저 없다면 우리 문학이 얼마나 더 좀스럽고

삭막하게 될까를 생각하면, 다시 한 번 술에 감사하게 된다.

-삶의 도취 中

 

여행에는 크든 작든 놀라움이 따른다.

그 놀라움이 기대하지 않던 멋진 자연이나 아름다운 문화재를 만나는 놀라움일 수도 있고

어처구니 없는 일을 만나는 놀라움일 수도 있다.

 

'한세상 여행만 하면 살았으면 한이 없겠어요.'

맞다.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러나 그냥 여행만 한다면 그건 이미 여행이 아니다.

벗어날 삶이 있어야 여행인 것이다.

-역마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