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가는...기록하고 싶은 구절

가시나무 숲-송숙영

바이올렛~ 2012. 5. 29. 19:11

-그냥 남편 밥상이나 차려주고 양말이나 아 대령하고 치즈하고 웃으면서

'일찍 들어와요' 소리도 강약을 다듬어서 눈치껏 소리 내면서 지렁이처럼 기면서 살든가,

아니면 이혼을 하고 편하게 살면서 고독하고 외로워서 몸부림치다가

남편은 이미 재혼을 했다는 소리 듣고, 참기 힘들어도 꾹 참고 살았으면

이렇게 외롭지는 않았을 거라고 후회도 하면서 어떤 놈팽이 하나 얻어걸리지나 않나 하고

기린처럼 목을 빼고 거리를 헤매면서 분을 횟박처럼 처바르고 주름살 수술까지 한 안면으로

웃기도 거북해서 실룩거리면서 남의 처 있는 유부남을 꼬여보다가 혼도 나고,

계속해서 없어지는 유토피아는 정말 신기루였다고 펑펑 울면서 통곡한들 누가 그녀를

'당신은 정말 시시한 남자들 꼴 안 보고 이혼을 했으니 대단히 용기 있는 여자다'

라고 우러러본다 한들어떤 의미가 있겠어.

이미 자기 인생은 그렇게도 절해고도에 서 있는데...

 

-그녀는 모멸감을 느끼며 박사 아닌 자기는 정말 지성적인 면에서는

돼지처럼 꿀꿀거리며 살아야 되는가, 가슴이 꽉 막힌다.

이현우라는 남자하고 살면서 자기는 무엇을 얻고 얻기를 바라면서 살아야 하는가?

이렇게 자기 와이프를 모욕 주며 모욕 받으며 밖에는 살 수 없는가 하고

세상만사를 포기하듯 허망해서 인정이 바삭하니 메말라버린 남편을 물끄러미 건너다보다가

'그래 너 잘났어, 나는 너하고 안 살라니까 그리 알아, 혼자서 잘 살아,

나는 너하고 정말 살고 싶지가 않다구' 하고 부엌 뒷방으로 가서 주저앉아버린다.

 

-그녀는 술김에 갑자기 또 그 여왕병이 살아 올라서 남편을 이 참에 혼내줄 궁리를 짜 본다.

1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그녀는 용수철처럼 튕그러져 나온다.

암, 내가 양말짝이나 빨면서 이 아까운 인샌을 그대로 사장할까 보냐?
그래 나는 경제적 독립을 할 거다, 하구야 말 거다.

그리고 교수의 월급쯤 무시할 수 있게 큰 장사를 할 거다.

 

-하느님은 너의 편이 아니었어. 이미 너의 인생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야. 이 미련한 여자야.

여자의 인생은 아주 어려서 젖멍울이 아플 때쯤 이미 결정이 나 있는 거라구.

정말 미련하게 다치지 말아. 그녀의 피투성이가 된 가슴이 가늘게 뛰고 있다.

그녀는 차라리 자기 심장과 폐가 피의 흐름이 끝나기를 원한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모든 인생이 끝막음하기를 그녀는 간절하게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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