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남편 밥상이나 차려주고 양말이나 빨아 대령하고 치즈하고 웃으면서
'일찍 들어와요' 소리도 강약을 다듬어서 눈치껏 소리 내면서 지렁이처럼 기면서 살든가,
아니면 이혼을 하고 편하게 살면서 고독하고 외로워서 몸부림치다가
남편은 이미 재혼을 했다는 소리 듣고, 참기 힘들어도 꾹 참고 살았으면
이렇게 외롭지는 않았을 거라고 후회도 하면서 어떤 놈팽이 하나 얻어걸리지나 않나 하고
기린처럼 목을 빼고 거리를 헤매면서 분을 횟박처럼 처바르고 주름살 수술까지 한 안면으로
웃기도 거북해서 실룩거리면서 남의 처 있는 유부남을 꼬여보다가 혼도 나고,
계속해서 없어지는 유토피아는 정말 신기루였다고 펑펑 울면서 통곡한들 누가 그녀를
'당신은 정말 시시한 남자들 꼴 안 보고 이혼을 했으니 대단히 용기 있는 여자다'
라고 우러러본다 한들어떤 의미가 있겠어.
이미 자기 인생은 그렇게도 절해고도에 서 있는데...
-그녀는 모멸감을 느끼며 박사 아닌 자기는 정말 지성적인 면에서는
돼지처럼 꿀꿀거리며 살아야 되는가, 가슴이 꽉 막힌다.
이현우라는 남자하고 살면서 자기는 무엇을 얻고 얻기를 바라면서 살아야 하는가?
이렇게 자기 와이프를 모욕 주며 모욕 받으며 밖에는 살 수 없는가 하고
세상만사를 포기하듯 허망해서 인정이 바삭하니 메말라버린 남편을 물끄러미 건너다보다가
'그래 너 잘났어, 나는 너하고 안 살라니까 그리 알아, 혼자서 잘 살아,
나는 너하고 정말 살고 싶지가 않다구' 하고 부엌 뒷방으로 가서 주저앉아버린다.
-그녀는 술김에 갑자기 또 그 여왕병이 살아 올라서 남편을 이 참에 혼내줄 궁리를 짜 본다.
1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그녀는 용수철처럼 튕그러져 나온다.
암, 내가 양말짝이나 빨면서 이 아까운 인샌을 그대로 사장할까 보냐?
그래 나는 경제적 독립을 할 거다, 하구야 말 거다.
그리고 교수의 월급쯤 무시할 수 있게 큰 장사를 할 거다.
-하느님은 너의 편이 아니었어. 이미 너의 인생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야. 이 미련한 여자야.
여자의 인생은 아주 어려서 젖멍울이 아플 때쯤 이미 결정이 나 있는 거라구.
정말 미련하게 다치지 말아. 그녀의 피투성이가 된 가슴이 가늘게 뛰고 있다.
그녀는 차라리 자기 심장과 폐가 피의 흐름이 끝나기를 원한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모든 인생이 끝막음하기를 그녀는 간절하게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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