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가는...기록하고 싶은 구절

새의 선물-은희경

바이올렛~ 2012. 2. 13. 19:15

-내가 내 삶과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나 자신을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로

분리시키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언제나 나를 본다.

'보여지는 나'에게 내 삶을 이끌어가게 하면서 '바라보는 나'가 그것을 보도록 만든다.

이렇게 내 내면 속에 있는 또다른 나로 하여금 나 자신의 일거일동을

낱낱이 지켜보게 하는 것은 이십 년도 훨씬 더 된 습관이다.

 

-사랑이 아무리 집요해도 그것이 스러진 뒤에는

그 자리에 오는 다른 사랑에 의해 완전히 배척당한다.

그것이 사랑이라는 장소가 가지는 배타적인 속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랑, 새로운 사랑은 언제나 가능한 것이다.

운명적이었다고 생각해온 사랑이 흔한 해프닝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았을 때

사람들은 당연히 사랑에 대한 냉소를 갖게 된다.

그렇다면 다시는 사랑에 빠지지 않을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사랑에 빠지는 일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얼마든지

다시 사랑에 빠지며, 자기 삶을 바라볼 수 있는 거리유지의 감각과

신랄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집착 없이 그 사랑에 열중할 수가 있다.

사랑은 냉소에 의해 불붙여지며 그 냉소의 원인이 된 배신에 의해 완성된다.

삶도 마찬가지다. 냉소적인 사람은 삶에 성실하다.

삶에 집착하는 사람일수록 언제나 자기 삶에 불평을 품으며 불성실하다.

 

-숲속에 마른 열매 하나가 툭 떨어졌다.

나무 밑에 있던 여우가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멀리서 호랑이가 그 여우를 보았다.

꾀보 여우가 저렇게 다급하게 뛸 때는 분명 굉장한 위험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호랑이도 뛰기 시작했다.

호랑이의 뛰는 모습을 숲속 동물들이 보았다.

산중호걸인 호랑이가 저렇게 도망을 칠 정도면 굉장한 천재지변이거나 외계인의 출현이다.

그래서 숲속의 모든 동물들이 다 뛰었다.

온 숲이 뒤집혀졌고 숲은 그 숲이 생긴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삶도 그런 것이다. 어이없고 하찮은 우연이 삶을 이끌어간다.

그러니 뜻을 캐내려고 애쓰지 마라. 삶은 농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