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은 공간을 인식 공간으로 삼는 추상이 아니라.
우리 삶의 밀도와 관련이 깊은 어떤 물질이다.
그것은 우주 속 물질 백에 아흔아홉을 차지할지도 모른다는 암흑물질처럼
볼 수 없거나 느끼지 못할 때도 끊임없이 우리 삶에 중력을 행사한다.
사람들은 흔히 우리가 고독을 느낄 때를 우리가 공간과 관련된 갈망이나
결핍의 감정에 빠져 있을 때라고 단정한다.
곧 혼자라는 느낌 또는 다른 존재들로부터의 단절이나 소외감에 빠졌을 때
비로소 우리는 고독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모든 물질의 그것처럼 고독의 중력도 항시적이고 불변이다.
우리가 감지하거나 인식하지 못할 때도 고독의 중력은 어전히 우리 삶을 짓누른다.
-"그 사람이 한 말을 내 편에서 좀 더 절실하게 말한다면
아무래도 두 정체성의 불협화음이겠지요.
어느 날 내가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이 실은 억지스러운 인내이고 관용이고
자기 포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깨달음을 얻게 될 때 느끼는 섬뜩함 말이에요.
공들이고 긴장하고 끊임없이 나를 혹사하지 않으면 안 되는게
우리 사랑이라는 느낌이 들었을 때 오는 피로감요.
또 그것을 계속 지고 가야 한다는 아득함요......"
-"혜련 씨에게는 임화가 다소 낯선 인물일 수도 있군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분단 전 한국의 대표적인 좌파 시인입니다.
사상의 조국을 찾아 북한으로 넘어갔다가 한국전쟁 뒤 박헌영, 이강국 등
남로당 계열과 함께 미제 스파이로 몰려 처형되었지요.
시인이고 문예 이론가이며 배우이기도 했던 다재다능한 사람으로
'한국의 발렌티노'라는 별명까지 얻었다고 합니다.
1920년대에 '위대한 연인'으로 우상화되었던 미국 영화배우 발렌티노 말입니다.
그 밖에 개인사적인 것으로는 조선 문단의 3대 미녀 가운데 하나로 꼽혔던
여류 소설가 지하련과의 염문과 재혼으로 유명하고......"
-그때는 우리 문화계도 30년만의 정권 교체를 앞뒤로 한 한국형 홍위병의
난동을 한차례 경험한 뒤였다.
정파와 지역성에 바탕한 논리로 무장하고 이제 막 열린 인터넷 광장을
선점한 그들은 그 새로운 형태의 대자보로 무자비한 한국판 문화혁명을
진행하고 있었다.
중국 문화혁명의 '반동 학술 권위' 또는 '반동 문화 권위'에서 따온 것임에 분명한
문화 권력이란 말이 무슨 전능한 칼처럼 휘둘러지며 기존의 중심과 권위를 난도질했다.
이를테면 문학에서는 중국의 홍위병들이 이미 1920년대에 <낙타 상자>로
뉴욕에서 베스트셀러를 냈던 소설가 라오서를 목매 달고 중국 문단의 원로인
육순의 바진을 하방하여 10년이나 외양간에 가두었듯, 한국의 홍위병들도
자기들이 지지하는 정파나 지도자를 따라 주지 않는 작가를
문화 권력이란 이름으로 몰아댔다.
처음에는 인터넷 대자보로 그 작가를 난도질하더니, 급기야는 그 집 앞에 몰려가
서점에서 아직 팔리고 있는 그의 책을 장례 지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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