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그냥 흘러가는 법 또한 없다.
팔 년 만에 전화를 걸어온 그에게 어디야? 하고 담담하게 묻는 순간,
이제 내 마음속엔 그에게 하지 못한 말들이 쌓여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아 있는 격렬한 감정을 숨기느라 잘 지내고 있는 시늉을 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정말 담담하게 그에게 어디야? 하고 물었으니까.
의문과 슬픔을 품은 채 나를 무작정 걷게 하던 그 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 쓰라린 마음들은. 혼자 있을 때면 창을 든 사낭꾼처럼 내 마음을 들쑤셔대던
아픔들은 어디로 스며들고 버려졌기에 나는 이렇게 견딜만 해졌을까.
이것이 인생인가. 시간이 쉬지 않고 흐른다는 게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스러운 것은 이 때문인가.
소용돌이치는 물살에 휘말려 헤어나올 길 없는 것 같았을 때 지금은 잊은
그 누군가 해줬던 말. 지금이 지나면 또다른 시간이 온다고 했던 그 말은
이렇게 증명되기도 하나 보다.
이 순간이 지난간다는 것은 가장 큰 고난의 시절을 보내고 있는 이에게나
지금 충만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이에게나 모두 적절한 말이다.
어떤 이에게는 견딜 힘을 주고, 어떤 이에게는 겸손할 힘을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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