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학생을 짝사랑하는 순진한 남학생이 있었대.
별명이 낙수장이었어. 낙수장이 매일 학교에 가서 하는 일이
그 여학생을 찾으러 다니는 일이었어.
정작 다가가서 말 한마디 붙여보지도 못하면서 말야.
그 여학생이 다른 남학생이랑 열애중이었거든.
상황이 그래도 여학생을 향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던 낙수장은
그 여학생을 늘 먼발치서 지켜봤어.
그러던 어느 날, 그 여학생이 남학생과 함께 도서관 앞의 잔디밭에
앉아 있는 걸 봤지.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남학생이 여학생을 혼자 두고 가버렸어.
여학생이 혼자 남아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울고 있었지.
낙수장의 가슴이 너무 아팠어.
사랑하는 여자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울고 있는데 가슴 안 아플 놈은 없거든.
낙수장은 용기를 내서 여학생을 위로해 주기로 마음먹었어.
그때껏 제대로 말 한번 붙여보지 못한 낙수장은 일단
축 처진 네 어깨를 보니 내 가슴이 아프다......고 말해야지
생각하며 속으로 수없이 연습을 했어.
이 정도면 됐다, 싶었을 때 드디어 여학생 앞으로 나아갔어.
울고 있던 여학생이 무슨 일예요? 쏴붙이며 낙수장을 빤히 쳐다봤지.
낙수장이 얼른 대답한다고 한 말이 이랬어.
축 처진 네 가슴을 보니 내 어깨가 아프다......
.
.
웃음의 뿌리는 슬픔이기도 한 걸까.
웃는 동안에 나의 마음엔 서글프고 기쁜 감정이 동시에 머물렀다.
한 가지가 아닌 동시에 발생하는 여러 겹의 감정들.
나는 곧 웃음을 거두었으나 그 사이에 그와 나는 가까워져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유머가 뭔가 나아갈 길 없이 가로막히고 복잡하고
심각하게 여겨지던 내 상황을 그저 신발과 가방을 잃어버린 단순한 상황으로
만들어놓는 위력을 발휘했다.
*낙수장: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폭포 위에 지은 전설적인 집 이름.
펜실베니아 산악지대 비어 런의 숲속에 있다는 건축 조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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