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가는...기록하고 싶은 구절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3

바이올렛~ 2011. 5. 6. 17:06

낙수장이 윤교수와 함께 이 도시의 성벽을 따라 일박이일 동안

걷기로 한 날 윤이 친구를 데리고 나타났다.

고향 친구이고 약속도 없이 밤기차를 타고 올라와 함께 올 수밖에 없었으며

이름은 단이라고 했다.

윤의 소개를 묵묵히 듣고 있던 단이 우리를 향해 인사를 했다.

칠 일 후에 입대합니다. 윤일 한번 보고 가려고 올라왔습니다, 라고 말했다.

단이가 입대한다는 것은 윤도 모르고 있었던가 보았다.

윤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사이 우리 중 누군가 단이를 향해 농담을 던졌다.

총은 준비됐어? 총요? M16 소총 말야.

입대한다면서 아직 총도 안 구해놨단 말이야?

총을 가지고 가야 하나요? 단이 진지하게 물어서 윤교수와 미루까지

폭소를 터뜨렸는데 윤만 웃지 않았다.

그거 필수품인데...... 여기 올 게 아니라 빨리 총 구하려 가야 될 것 같은데......

내가 총 구하는 곳 알고 있는데 소개해줄까?

우리 중 한 명이 시작한 농담에 재미가 붙어 너도나도 한마디씩 했다.

입대할 때 어떤 총을 들고 가야 환대를 받는다느니

어느 문방구에 가면 싸게 구할 수 있다느니......

윤교수마저도, 실탄은 꼭 도시락에 넣어가야 하네, 한마디 보탰다.

우리의 농담을 그대로 믿는 듯이 네? 네? 네? 놀란 표정으로 대꾸를 하던 단은,

뒤늦게 농담인 줄 알고는 얼굴을 펴고, 하여튼 총은 제가 알아서 구해가겠습니다, 충성!

하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