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말할 수도 있구나.
저만큼 앞서간 생각이 뒤따라오는 손을 바라보고 있을 때가 많다네,
라고 말하는 윤교수의 말투는 독특하고 낯설었지만
나는 그런 상황이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골집에서 보낸 무기력한 시간을 뚫고 이 도시로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단이와 함께 보낸 그 밤의 영향이었다.
헤드렌턴을 쓴 단이와 엄마 묘소에 갔던 그 밤, 시위를 진압하러 나온
동급생을 두들겨팬 후 혼란에 빠져 있는 단이에게 너는 나를 사랑하니?
라고 물을 뻔했던 그 순간에 나는 도시로 돌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다짐이 무기력과 상실감에 떠밀려 너는 나를 사랑하니? 라는 말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나를 사랑하니? 라는 질문은 상대방으로부터 어떤 대답을 들어도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을 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엄마 묘소 앞의 흙을 한줌 손으로 뭉쳐가지고 온 그 밤의 결심에 의해
나는 이렇게 여기에 돌아왔지만 내 마음은 아직 이 도시로 돌아오지 못하고
어딘가를 배회중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타이핑을 할 때면 머릿속 생각을 앞서 나가거나 바로 뒤따르지 못하고
이미 탄생한 문장 뒤를 천천히 따라오는 늦은 손가락을 바라보는
윤교수의 마음도 그와 비슷한 것 아닐른지.
사촌언니 남편도 가끔 윤교수와 비슷한 말을 했다는 생각.
그가 일주일씩 이어지는 비행에서 돌아오는 날 저녁이면
어김없이 식탁에 올라오는 반찬들이 있었다.
쌀밥과 미역국과 굴비구이, 계란찜, 구운 김, 시금치와 숙주, 무 나물 같은 것들.
사촌언니 남편이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그가 비행에서 돌아오는 밤에 셋이서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는 일이 종종 있었다.
어느 날인가 비행에서 돌아온 사촌언니 남편이 저녁밥을 먹지 못할 정도로 몸살을 앓았다.
굴비를 구워 식탁에 내려놓고 병원에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촌언니에게
그는 염려 말라고 했다.
비행기가 너무 빨라 몸이 먼저 집에 왔을 뿐이라고.
영혼이 비행기의 속도를 따르지 못해 지금 돌아오고 있는 중이라
몸살을 앓는 것일 뿐이니 영혼이 뒤따라 도착하면 나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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