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3월 13일에 일어난 제노비스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훔쳐온 책에서 읽었다.
1964년이면 내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다.
미국 뉴욕의 주택가 새벽 세시 십오분에 캐서린 제노비스란 이름을 가진 여성이
야간근무를 마치고 아파트로 귀가하다가 괴한을 만나 칼에 찔려 죽어가는 것을
서른여덟 명의 이웃이 듣거나 봤으면서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한다.
칼에 찔린 제노비스가 도와주세요, 라고 외쳤을 때 아파트에 일제히 불이 켜졌으나
누구도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오질 않았다고 한다.
밖으로 나오지는 않고 창 안에서 누군가가 그 여자를 내버려둬-라고 고함을 치자,
괴한은 도망쳤다.
제노비스는 피를 흘리며 길바닥에 쓰러졌다.
그러나 누구도 제노비스를 돕게 위해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파트의 불들은 곧 꺼졌고 거리는 다시 조용해졌다.
황급히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도망치던 범인은 조용해진 거리를 보자 다시 돌아와
상처입고 쓰러져 있는 제노비스를 또 찔렀다.
제노비스가 다시 비명을 내지르자 아파트의 불들이 다시 켜졌다.
범인은 다시 도망쳤다.
제노비스가 칼에 찔린 몸을 간신히 이끌고 자신의 집 쪽으로 가는 사이
좀 전처럼 아파트의 불은 또 일제히 꺼졌다.
몸을 숨기던 괴한이 다시 제노비스에게 다가와 범행을 마저 끝냈다.
삼십오 분 동안 세차례에 걸쳐 연속적으로 칼에 찔린 제노비스는 결국 숨을 거뒀다.
도움을 청하는 제노비스의 비명에 불이 켜지면 멈췄다가 불이 다시 꺼지면 이어진 범행.
제노비스가 칼에 찔리고 쓰러지는 것을 구경만 한 사람의 숫자는 서른여덟 명이었다고 씌어 있었다.
이것이 인간일까. 나는 훔쳐온 책을 다시 그 자리에 갖다놓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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