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프 이야기를 해주겠네.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크리스토프는 가나안 사람이라네.
거인으로 알려져 있지. 힘이 장사였던 그는 무서운 게 없었어.
자신은 오직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위대한 사람에게만 봉사하겠다고 결심했지.
하지만 아무리 여기저기 떠돌아도 자신을 바칠 만한 위대한 인물을 찾을 수 없었다네.
모두가 그를 실망시켰지. 자기 자신을 바칠 존재를 찾는 일에 지친 크리스토프는
실의에 빠져 어느 강가에 집을 짓고 그곳에 머물렀어.
강 저편으로 건너가려고 하는 여행자들을 건네주는 일을 하며 지냈다네.
기골이 장대하고 힘이 센 크리스토프는 겨우 삿대 하나만 지닌 채로,
강물이 아무리 불어나도 그 삿대로 강물을 헤쳐나가며 사람들을 강 저편으로 건네주곤 했다네.
그에겐 그저 소일거리였지.
배도 없이 맨몸으로 사람들을 태워 건네주는 뱃사공 역할을 한 셈이었어.
어느날 밤이었어.
크리스토프가 깊은 잠에 빠져있다가 희미하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다네,
이 한밤중에 누군가 싶어 문을 열어보았으나 아무도 없었어. 어둠뿐이었지.
문을 닫고 들어와 다시 잠자리에 들려고 하니 또 크리스토프!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
다시 나가보았으나 마찬가지로 짙은 어둠뿐이었네.
세번째 부르는 소리는 바로 곁에서 들리는 것 같았어.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어.
기이하게 여긴 크리스토프는 삿대를 챙겨들고 집 바깥으로 나가 강으로 갔지.
어둠 속의 강가에 한 아이가 서 있었어. 아이는 오늘 밤 안에 강 저편으로 건너가야 한다면서
크리스토프에게 강을 건너게 해달라고 부탁했지.
아이의 청이 간절해 크리스토프는 깊은 밤이긴 하지만 이깟 아이쯤이야! 여기며
아이를 어깨에 태우고 강물 속으로 들어갔다네.
그런데 크리스토프가 강물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강물이 마구 불어나기 시작했네.
순식간에 장신의 크리스토프 키를 넘을 지경으로 강물이 범람했지. 뿐인가.
처음엔 가벼웠던 아이도 강물이 불어남에 따라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했어.
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거대한 철근 같은 무게가 크리스토프의 어깨에 내려앉았지.
강물은 점점 더 불어나고 아이는 엄청난 무게로 그를 짓눌렀다네.
그토록 자신만만하던 크리스토프는 처음으로 자신이 강물에 빠져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었어.
삿대로 겨우 균형을 유지해가며 아이를 어깨에 태운 채 불어난 강물을 헤치고
간신히 강 저편에 이르렀지.
강가에 아이를 내려놓으며 크리스토프가 말했네.
"너 때문에 내가 죽는 줄 알았다.
너는 이리 작은데 너무 무거워서 마치 이 세상 전체를 내 어깨에 지고 있는 것 같았다.
여기 머물면서 지금껏 수많은 사람들을 강 이편으로 건네주었지만 너보다 더
무거운 사람을 실어나른 적이 없구나."
그 순간이었네. 아이는 사라지고 눈부신 빛에 둘러싸인 예수가 눈앞에 나타났지.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네.
"크리스토프! 그대가 방금 짊어진 건 어린아이가 아니라 바로 나, 그리스도다.
그러니 그대는 저 강물을 건널 때 사실은 이 세상 전체를 짊어지고 있었던 것이다"라고.
-그럼 여기서 한가지 질문을 던져보기로 하지.
지금 이곳에 있는 여러분 각자는 크리스토프일까. 아니면 그의 등에 업힌 아이일까?
여러분은 각기 크리스토프인 동시에 그의 등에 업힌 아이이기도 하다.
여러분은 험난한 세상에서 온갖 고난을 헤쳐나가며 강 저편으로 건너가는 와중에 있네.
내가 이 이야기를 한 것은 종교 얘기를 하고자 함이 아니야.
우리 모두는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으로 건너가는 여행자일세.
그러나 물살이 거세기 때문에 그냥 건너갈 수는 없어,.
우리는 무엇엔가에 의지해서 이 강물을 건너야 해.
그 무엇이 바로 여러분이 하고자 하는 문학이니 예술이니 하는 것들이기도 할 테지.
지금 여러분은 당장 그것이 여러분을 태워서 저쪽 언덕으로 건너가게 해주는
배나 뗏목이 되어줄 것으로 생각할 거야.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것이 여러분을 태워 실어나르는 게 아니라
반대로 여러분이 그것을 등에 업고 강을 건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이 역설을 잘 음미하는 학생만이 무사히 저쪽 언덕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네.
여러분에게 문학이나 예술은 여러분을 태워 강 저편으로 건네주는 것만이 아니네.
여러분이 신명을 바쳐 짊어지고 나가야 할 필생의 일이기도 한 것이네.
여러분은 각기 크리스토프들이네. 강 저편으로 아이를 실어나르는 자들이기도 하지.
거대하게 불어난 강물 속에 들어가 있는 운명을 지닌 자들이란 말이네.
강물이 불어났다고 해서 강 저편으로 아이를 실어나르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되네.
강을 잘 건너는 법은 무엇이겠는가? 서로가 서로에게 크리스토프가 되어주는 것이네.
함께 아이를 강 저편으로 실어나르게. 뿐인가.
강을 건너는 사람과 강을 건너게 해주는 사람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네.
여러분은 불어난 강물을 삿대로 짚고 강을 건네주는 크리스토프이기만 한 게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 전체이며 창조자들이기도 해.
때로는 크리스토프었다가 때로는 아이이기도 하며 서로가 서로를 강 이편에서 저편으로
실어나르는 존재들이네. 그러니 스스로를 귀하고 소중히 여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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