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해도 나는 조선의 마지막 황녀였다.
..
망국의 옹주로 태어나 서러운 생을 살았지만 이처럼 서러운 적은 또 없었다.
세상의 어느 어머니가 이토록 외로울 수 있으며,
세상의 어떤 여인이 이토록 서러울 수 있을까.
내 곁에는 바람소리도 머물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내 곁을 스쳐지나갈 뿐이다.
세월이여, 진정 따스한 손길을 보내주오.
내 속으로 낳은 아이마저 나를 모른다 하오.
나와 살을 섞은 남자도 나를 모른다 하오.
나를 낳은 나라도 나를 모른다 하오.
나는 부유하는 먼지처럼 이 세상 어디에도 마음을 내려놓을 수가 없소.
이토록 삶이 무겁다니.
이토록 고단하다니......
.
.
.
"'난 대한국의 신하로서 만약 조국이 독립이 된다면 내가 가진 모든 지위와
재산을 잃더라도 만족할 것이다.' 의친왕이 하신 말씀이십니다.
'나는 종사에 죄인이 되고 이천만 생민의 죄인이 되었으니 이 일을 어찌할꼬.
노력하여 광복하고 또 광복하라!' 이것은 순종황제가 하신 말씀이십니다.
우리가 여기서 주저앉아야 하겠습니까?
이대로 조직이 와해되는 걸 보고만 있을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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