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여행기, 풍경

오래도록 놀다가 온 백운산

바이올렛~ 2008. 3. 17. 17:49

남쪽으로부터 살랑살랑 불어오는 꽃소식에

처음처럼 회원님들 매화마을로 봄나들이를 계획하고

전원 모두 참석하는 기변을 연출하는 듯 했다. 

나도 덩달아서 섬진강 도란도란 흐르는 물줄기도 감상하고

한창 만개한 매화향기에 취할 생각에 며칠 전부터 마음이 들떠 있었다.

전날에는 소풍가는 아이마냥 잠까지 설치며 뒤척대느라 한 숨도 못 잔것 같다.

 

산악 동호회니 만큼 백운산 산행까지 겸한다 해 산행 준비를 하고

신새벽에 집을 나서 번쩍거리는 리무진 버스에 탑승,

하나하나 반가운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

회원들의 초청으로 처음 참석한 님들도 몇분 계셔

처음으로 닉을 소개하는 시간도 가져봤다.

 

어제 못잔 잠을 보충하느라 의자를 젖히고 조는 사이

어느덧 버스는 목적지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듯했다.

차창밖으로 매화나무 가지에 하얗게 피어있는 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흰색으로 자잘자잘 피어 있는 꽃들이 멀리서 보니

꼭 팝콘을 소복소복 얹어 놓은 것 같다.

섬진강 물줄기도 보이고 날씨는 봄나들이 하기에 딱 좋아

여행하는 기분을 제대로 만끽할수 있었다.

비록 이때까지지만......

 

드디어 버스가 백운산 자락에 도착

21명의 인원중 15명만 산행하기로 하고, 6명은 차를 타고

매화마을에 가서 우리가 하산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나도 잔류팀에 남아 할랑할랑 꽃구경이나 하며 기다릴까 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몸도 풀겸 산행하자 해 산행팀에 끼게 되었다.

 

오랜만의 산행이 따뜻한 날씨와 더불어 쉽게 지치게 한다.

그래서 쉬고 또 쉬고...

오늘 산행은 계속 뭐 하고 또 하고...의 연속이 아닌가 싶다.

힘들어서 쉬고 또 쉬고, 배가 고파 죽겠는데 회장님은

저기가 정상이니 정상까지 올라가서 먹자고 해 올라가 보면

정상은 또 저기라 오르고 또 오르고

나중에 죽음의 하산길에서 내리고 또 내리고까지...

완전 인내심의 연속이었다.

 

어찌됐건 나중에 맞이하게 될 고생은 꿈에도 모른 채

정상 비슷한데서 1시 넘어 먹는 점심은 정말 꿀맛이었다.

현지에서 식사를 해결할거라 해 밥은 아무도 안 싸왔는데

폭탄님 식빵과 쨈을 준비해 오고,

백호님 족발 사오고 돼지고기 삶아 오고,

돌짱님 컵라면 두어개에 뜨거운 물 붓고,

나는 아침에 나오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김밥 3줄 사오고,

너도나도 한병씩 내놓은 소주병으로 그런대로 성찬이 마련되었다.

얼마나 배가 고팠다 먹었는지 육이오 이후 먹어본 음식중에

최고로 맛있는 것 같았다^^;;

 

갈길이 멀다 해 어서 매화꽃 볼 욕심에 길을 서두른다.

그러나 세상사 많은 일이 어디 뜻대로만 되던가?

오르고 또 오름에 지칠 무렵 하산길로 잡은 코스는

뭐가 잘못됐는지 가도 가도 능선만 나오고

이 봉우리만 넘으면 되겠지 하면 또 불쑥 봉우리가 나오고

우리를 반겨 맞아야 할 매화마을 가는 내리막길은

좀체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처음 산길을 오를 적에는 산 능선에서 내려다보는

매화꽃 군락이 환상이겠거니,

화사한 봄햇살에 굽이굽이 흘러도는 섬진강 물줄기는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꿈같은 상상을 했었다.

그런데 우거진 나무 사이로 하얗게 깔린 매화꽃도 잠깐 보이다 말고

섬진강 물줄기도 언뜻 언뜻 보이다 사라지고 그냥 산만 나오는게

이러다 산속에서 미아가 되는게 아닌가 짐짓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호남정맥이라는 이 길은 대간꾼들의 종주구간인것 같다.

도대체 산줄기에 끝이 없다.

 

몇명 안되는 인원인데도 속도가 다 달라

우리가 타고 온 차 번호대로 삼삼오오 가게 됐는데

혹시나 일행과 떨어져서 미아가 되면 어쩌나 싶어

자꾸 돌아보고 뭉치게 된다.

일진으로 일찌감치 떨어져 간 회장님은 어떤가 하는 기대심에

일행한테 전화를 해 보라 하니 아직 하산하고 있는 중이라는 답변이었다.

내심 실망하고 있는데 얼마 있다 백호님한테 회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오기를

얼마 걷다 보면 오른쪽에 나무로 막아 놓은 길이 있으니까

그쪽으로 내려오라는 것이었다.

버스를 불렀으니까 도착하려면 시간 좀 걸릴거라는 말과 함께.

그나마 이젠 살았다 싶었다.

날은 어둬지려 하는데 먹을 것도 떨어지고 물도 바닥이 나는 상황이었다.

 

장장 7시간 정도의 산행을 마치고 계곡물에 발도 씻고

신발과 바지에 묻은 흙먼지도 털어내며

이제는 다 됐다는 안도감으로 피로를 씻어낸다.

도착한 버스와 일행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버스를 타고 올라오면서 차창밖으로 보이는 매화꽃이

어슴프레한 시야속에 하얗게 다가온다.

낮동안 그렇게 보고자 오매불망 노래했던 매화꽃은

이제 석양속에서 은은한 빛으로 우리를 배웅하고 서 있었다.

그리운듯, 아련한듯한 그 모습이 색다른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고속도로를 오르기 전 소머리 국밥집에서 저녁식사가 시작됐다.

나오는 반찬도 제법 맛깔스럽고 음식도 맛있는지 다들 맛있다고 먹는데

나는 오랜만의 고된 산행에 지쳤음인지 갑자기 몰려온 편두통으로

속이 울렁거려 몇숟갈 뜨지를 못했다.

공주가 약을 줘서 먹고 올라오는 길 차내에서 벌어진 노래방 파티 내내

눈 감고 잠만 자면서 왔지만 노래는 다 들을수 있었는데

분위기가 얼마나 흥겨운지 가수들은 다 모인것 같다.

이렇게 해서 서울에 도착했을 때는 자정이 넘어 있었다. 

준비 없이 시작한 산행으로 어렵게 고생은 했지만

나름대로 추억에 남을 산행을 한 것 같다.

 

앞에서 수고하신 분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처음 오신 님들께는 여러가지로 죄송한 산행이 아니었나 싶은데

어떠셨나 모르겠네요.

넓으신 마음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구요,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하신 모든 님들 잘 들어가셨는지 궁금합니다.

글구 마지막으로 꼭 당부하고 싶은 것 한가지...

처음처럼 회원님들!! 절주 합시다~~~~~

처음처럼 만드는 소주회사를 내쫓든가 해야지 이거야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