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 짙은 고대산 산행기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그동안 산행을 안하고 푹 쉬었더니
하루하루 살이 쪄가는게 눈으로 다 보일 지경이다.
건강도 챙겨야 될 나이...
한없이 풀어지고 늘어진 심신을 추스려 오랜만에 산행에 나섰다.
몇명이 고대산을 간다기에 꿀맛같은 일요일 늦잠을 기꺼이 반납하고
새벽 6시에 일어나 준비한다.
준비래봐야 고작 찍어바르는 것하고 사과 세개, 얼려둔 물,
혹시 쏟아질지 모르는 장마철 비에 대비해 마련하는 여벌옷 뿐이지만...
점심은 산행후 고대산 가까운 대광리 식당에서 몸보신하기로 했다니
도시락을 생략하는 자체가 훨씬 마음을 가볍게 했다.
아홉명이 탄 봉고차는 고요한 아침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자유로를 시원하게 잘도 달린다.
어저께 내린 비로 함초롬히 젖은 가로수와 길가에 피어있는 꽃들이 더욱 싱그럽다.
자유로 한가운데를 풍성하게 수놓은 개망초꽃이 비에 씻겨
하얀 물결을 이루고 있는게 제법 운치있다.
한쪽으로는 노오란 루드베키아가 열정적으로 피어 있고,
한쪽으로는 임진강 물결이 넘실대며 소풍나선 기분인 우리를 반긴다.
언제 봐도 흥많고 유머 만점인 님들의 이야기 소리에 좁은 차 안이 시끌벅적하다.
아홉시쯤 고대산 매표소에 도착, 제2등산로로 해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6월 하순의 녹음 짙은 푸르름이 몸과 마음을 푸르게 물들이며
산을 오르는 발걸음에 힘을 실리게 한다.
그동안 가물었던 산야는 비가 와 준 덕분으로 물기를 머금은 채
아직도 잠에서 덜 깬듯 깊은 침묵에 잠겨 있다.
몇걸음 오르다 쉬며, 마시며, 먹으며, 이야기 하면서 한발 한발 정상을 향한다.
해발 832m. 생각보다 높은 산이었다.
그렇지만 오랜만의 산행임에도 크게 힘든 산은 아니었다.
오르면서 느껴지는게 고대산은 등산객을 참 많이 배려한 산이라 생각된다.
오솔길처럼 흙길로 이어지다가
정상 어귀에는 칼바위 능선이라 해 바위 길을 보여주다가
다시 걷기 편한 흙길로 이어지는 등 지루하지 않게 한다.
그리고 지금은 가뭄끝이라 빈약하지만 수량만 풍부하다면
시원한 장관을 이룰 계곡도 고대산의 매력에 한몫 더 할 것 같다.
등산로 군데군데에는 누가 매달아놓았는지 나무 이름을 달아놓은 팻말들이 눈에 띈다.
신갈나무, 굴참나무, 물푸레나무, 물박달나무, 노린재나무...
이름표는 달아놓지 않았지만 멋있게 휘어 자란 소나무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온통 푸른색 일색인 산을 오밀조밀 수놓으며 큰까치수영꽃도 보이고
돌양지꽃, 꿩의다리꽃도 보인다.
이들중에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주홍색 털중나리꽃,
가슴 속에 붉은 정열을 숨기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목을 길게 빼고
고개 숙인채 서 있는 모습이 너무나 처연하고 아름답다.
정상에서 남겨진 먹거리를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좀 지체하다 제3등산로로 해서 하산했다.
오를때는 모르겠던 산새들의 지저귐이
하산하면서 귀에 들려오는게 참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오후 3시 쯤, 산행을 마치고 차를 세워 둔 매표소에 도착하니
내내 꾸물꾸물하던 날씨가 기어이 비를 뿌린다.
평소에 마음을 곱게 쓴 님들의 덕분인가 여겨지는게 참 다행이다 싶었다.
드디어 계획했던대로 올 여름을 무탈하게 넘기기 위한 몸보신차 식당으로 향했다.
누군가 정말 개판이네 농담할 정도로 동네에 그런 종류의 간판이 많이 보이더니
가격도 서울보다 꽤나 싼 것 같다.
양도 푸짐해 전골은 다 못먹고 남겼는데
술은 남기지 않고 마시는게 역시 애주가들답다.
그리 무리하지 않은 좋은 산행에 영양 풍부한 먹거리로
즐겁게 하루를 보내고 온 멋진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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