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어도 봄을 느낄 수 없는 쌀쌀한 날씨가 4월이 돼서도 여전하더니
첫주를 지나면서 제법 온화해지기 시작한다.
그동안의 찬바람 속에서도 목련꽃송이 어느새 하얗게 벙글어져 있고,
파릇한 쑥들이 고개 내밀며 하늘거리는 걸 보니 이젠 정말 봄이구나 싶다.
양평 추읍산을 가기로 한 일요일은 더욱 화창해서
오랜만의 산행에 마치 소풍가는 듯한 기분으로 설레이기까지 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은 어제 본 듯 여전히 반갑고 정겹다.
처음 본 친구들과도 구면인 듯 인사하고 열여섯명의 친구들이 산을 오른다.
해발 583미터라는 추읍산은 만만치 않은게 경사가 장난 아니다.
오르기 전에 멀리서 산의 형세를 보니 경사가 45도쯤 돼 보여
민똘이와 43도니 47도니 다투다가 손가락으로 직각을 세워보고
민똘이가 주장하는 43도로 결론을 내렸다^^;;
처음부터 그런 겹경사를 오르느라니 헉헉 숨이 턱에 찬다.
솔방울이 후미 대장을 자처하며 챙기기에 넌 그냥 후미지
대장은 아니라고 농담하며 같이 쉬엄쉬엄 설렁설렁 올라간다.
언제 추웠더냐 싶게 봄기운이 완연한 추읍산에
연분홍 진달래가 군데군데 피어나고
노란 등불을 매달아 놓은 듯한 생강나무가 화사하게 피어 있다.
소나무가 막 물을 빨아들이는지 풋풋한 솔향기를 풍기며 한가득 청량감을 준다.
이윽고 정상에 올라 그림같이 펼쳐진 경치를 내려다 본다.
멀리 도란도란 흐르는 듯한 강이 보이고, 고즈넉한 산자락이 보이며
일품인 조망에 부자인 듯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정상에 세워진 안내 표지판에 의하면,
추읍산은 양평군 용문면과 개군면의 경계를 이루는데
북쪽 흑천 건너 용문산을 바라보고 읍(揖)하고 있는 형상이라 하여
추읍산으로 불리게 되었단다.
다른 이름으로는 이 산 정상에서 사위를 둘러보면
양평, 개군, 옥천, 강상, 지제, 용문, 청운 모두 7곳에 달하는 고을이 보인다고 해서
일곱 칠(七)과 고을 읍(邑) 자를 써서 칠읍산으로 불리기도 한단다.
친구들이 정성스레 싸 온 반찬으로 정상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산에서 먹는 밥은 안그래도 꿀맛인데 솜씨들이 좋아 포식 안할 수가 없다.
커피까지 마시고, 정상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다시 급경사를 따라 하산한다.
산을 내려오자 몽실몽실 노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마을이 나타난다.
양평 산수유 축제기간의 마지막이라더니 만개하기 시작한 산수유가
마을을 감싸고 지천으로 피어있다.
더 내려오자 마을은 옛날 결혼 잔치집 같은 축제 분위기로 들썩거리며
고기굽는 연기가 구수하게 퍼지는 가운데
엿파는 이의 흥겨운 사설이 질펀하게 풀어지고 있다.
혁이친구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 한곳에 자리를 만들어 주고
먹다 남길만큼의 먹음직스런 고기와 동네 부녀회에서 만들었다는
산수유 동동주를 내와 푸짐한 자리가 벌어졌다.
금액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혁이친구 과연 양평의 자존심답다^^*
배불리 먹고 마시고 떠들다가 이젠 일어서야지 하는데
동네에 한시간에 한번씩 다니는 버스가 금방 지나갔단다.
혁이친구가 우리를 양평역까지 데려다 주면서
다른 사람들 차까지 불러 모두들 무사히 양평역에 안착,
오늘의 일정을 마치나 했더니 또 노래방까지 가자고들 난리다.
덕분에 나도 못 부르는 노래를 한곡 질르고
한참 어둑해져서야 하루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약간 빡센듯한 산행이었지만 좋은 봄날에 좋은 친구들과
나들이 하듯이 잘 놀고, 잘 먹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음에
무척이나 감사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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