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여행기, 풍경

소요산 후기

바이올렛~ 2011. 11. 13. 17:41

이번 산행은 모이는 장소가 소요산 역이다 보니

소요산까지 2시간 가까이 전철을 타고 이동해야 했다.

10시 반쯤 소요산에 도착해 입장료도 아낄겸 샛길로 접어들어

산에 오르기 시작하자 봄볓처럼 따사로운 햇살에 금세 땀이 차오른다.

11월도 벌써 중순에 접어드는데 이렇게 따뜻해도 되는 건가?

모두들 겉옷을 벗어 배낭에 챙기고 간단한 차림으로 오른다.

 

처음에 오를 때는 어느 정도 경사가 진 길이었지만

오솔길같이 정다운게 이 정도면 잘 올라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얼마 안가 만만히 볼 산이 아니다 싶은게 

이름값을 하는구나 할만큼 오를수록 깊고 넓다는 느낌이었다.

 

장중하리만큼 크게 보여지는 산은 그래서 분위기가 더욱 고즈넉하다.

'나뭇잎도 다 지고 겨울을 준비하는 듯 침묵으로 다가오는 산...

낙엽 져 나무 밑둥까지 드러나 보이는 늦가을부터 초겨울의 산...'

나태주 시인이 가장 좋아한다고 쓴 11월의 산이 거기 있었다.

 

정상을 지날 무렵부터 짧은 늦가을 해가 그늘을 드리우고,

모든 걸 훌훌 털어낸 나무들 사이사이로 맵싸한 바람이 불어

어떤 쓸쓸함에 어느 순간 가슴이 싸하니 아파 온다.

 

나무들은 할일을 다한 듯 빈몸으로 오히려 저리 편안해 보이는데...

드러내지 못한 내 가슴속 통증은 왜 더 깊어만 질까?

산이 조용히 손 내밀어 다 내려놓으라 말걸어 오는 것 같다.

부질없는 욕심도,  내 안의 그리움도, 안타까움도 다 내려놓으란다.

세상 일들이, 품어지는 마음들이 생각대로 움직여질 수만 있다면...

 

산 초입에 들어서면서부터 끝까지 빈몸만 보여주던 나무들이

하산하면서 매표소 입구로 나오자 아직 고운 단풍을 매달고 맞아준다.

올해의 마지막 단풍이 될 곱디 고운 색깔이 애잔하도록 아름답다.

김치갈비찜 집에서 맛있는 식사로 뒤풀이까지 마치고 마지막 가을 산행을 정리하며

이왕 쓴김에 아까 잠깐 언급했던 나태주 시인의 시 한수로 마무리 한다.

 

 

멀리서 빈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히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이 시를 읽으며 내 가슴에 가장 깊게 다가오던 건 마지막 구절이었다.

이제 가을도 뒷모습을 보이며 이렇게 떠나가고 있는데

이 시에서처럼 간절히 빌고 싶다.

우리... 부디... 아프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