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때마다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가을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든 것 같다.
가을이 시작되면서 주말이면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에
몇번의 산행을 따라갔더니 느닷없이 잦은 산행에
무슨 일인가 싶었는지 한 친구로부터 문자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쩔레뻘레 잘 쏘다니대. 좋아하는넘 생겼나? 나도 하나 해주라.
이에 질세라 나도 정중하게 답신을 보내주었다.
-좋아하는 넘땜이 아니고 가는 가을이 아쉬워서 쏘댕긴다. 니는 니가 알아서 해라ㅎ
저는 지지바가 먼저 절 좋아해줘야 된다는데 내가 뭘 어쩌란 얘긴지...
한 친구가 이런 나를 가리켜 얼굴은 교과선데 행동이나 말은 막걸리란다.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닌데...
친구 잘못 만나서 버린 것 같다ㅎㅎ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어떤 친구가 글 써논거 보면 꽉 찼더라고 말해준 것?
가을앓이가 끝나고 겨울이 되면 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어쩌면 더욱 신비롭게 동안거에 들어갈지도...
그러니까 친구들이여
아슬아슬해 보인다고... 3%로 부족하다고...
그렇게 간수하고 단속 안해도 된다ㅎ~
11월 첫째주 일요일로 잡힌 이번의 오서산 억새산행은
내 마음에서 가을을 떠나보내는 한 장이 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사진으로 보는 오서산의 억새밭은 꿈결처럼 부드럽게 물결쳐
어느 한순간 아무도 모르게 숨어 들어가 혼자만의 세계에
푹 잠기다 나오고 싶은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그러면 내 안의 어지러운 상념들이 억새처럼 하얗게 비워질 것 같았다.
일요일 아침,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에 주룩주룩 내리는 빗줄기를 뚫고
집을 나서 행선지로 가는 버스를 탈 무렵에는 다행히 비가 그쳐 있었다.
버스가 출발하면서 운영진 인사 및 개인별 자기소개 시간을 갖고
10시 30분 쯤 오서산 밑 주차장에 도착했다.
우중산행이 될거라 우려했던 것과 달리 산으로 가는 길은 말짱했다.
한적한 시골마을을 가로질러 오서산 정상을 향하여 올라갈 때는
가벼운 옷차림에도 땀이 줄줄 흘러내릴 정도로 더웠다.
1시간은 넘을 것 같은 계단을 타고 오르는데 현지에서 합류한 친구의 말에 의하면
2년 전에 올라올 땐 계단이 없었다니 만든지 얼마 안된 계단인 모양이었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한치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안개가 몰려들었다.
자욱히 끼는 안개에 휩싸이면서 무언가에 홀릴 듯한 두려움으로
일행과 떨어지지 않고 붙어 다니려 열심히 찾아 같이 다녔다.
하얀 물결처럼 일렁이는 억새를 보리라던 상상은 안개와
깃털이 사라진 채 쓸쓸히 져버린 억새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뽀얗게 둘러싸인 운무로 해서 보여지는 정경은
나름대로 신비감을 불러 일으키며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헬기장 옆에서 점심 식사하고 비교적 완만한 구릉을 지나
계단 없이 가파른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행여나 미끄러질세라 조심조심 내려서자 나뭇잎 무성한 임도가
색색의 단풍빛깔로 맞아준다.
이렇게 호젓하고 조용한 길을 걸으며 주변 경치 바라보는 걸 참 좋아하는데
친구들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이 길이 좀더 길었으면 싶었다.
임도를 벗어나 동네 어귀를 지날 때는 너무나 멋진 풍경이
가히 환상적이라 할만큼 황홀해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와 붉은 단풍, 간간히 녹색이 섞여 그려내는 그림은
두고 떠나오기가 아쉬울 만큼 찬란하기 그지없다.
버스를 타고 광천젓갈 전시장으로 이동해 구경도 하고, 맛도 보고, 사기도 하고,
옆에 식당에서 몇가지 젓갈을 주 메뉴로 해 맛있는 식사시간을 가졌다.
늦게 내려온 친구들까지 전부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려 어둑해져서야 귀경길에 올랐다.
돌아오는 버스는 친구들의 가수 뺨치는 노래와 춤으로 해서 쉼없이 들썩거렸다.
흥겨운 잔치집을 다녀온 듯 신나고 즐거운 하루였다.
올해의 가을을 떠나보내며 좋은 추억거리 함께 만든 친구들 반가웠고,
무엇보다 친구들이 즐겁고 편하게 놀수 있도록 앞에서 애 많이 써준 친구들 고생 많았다.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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